한국 부자 순위 바꿨다...사모펀드 부자[만물상]
2003년 외환 거래의 절대 강자이던 외환은행이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팔렸다. 국내 매수자를 찾을 수 없어 넘긴 것이었지만 헐값 매각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당시만 해도 국내엔 사모펀드란 개념 자체가 생소했다. 토종 펀드를 키워야 외국 자본에 또 당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커지자 정부는 법을 만들어 한국형 사모펀드 육성에 나섰다. 그렇게 시작된 사모펀드 시장이 2021년 116조원 규모로 커졌고, 운용사만 394개가 됐다. 작년 인수합병된 상위 20개 거래 중 17개가 사모펀드에 의한 것이었다.
▶사모펀드란 공모(公募) 펀드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일반인 상대의 공모 방식과 달리 비공개로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받아 돈을 굴린 뒤 수익을 배분한다. 주식·채권·부동산에서 금·자원 같은 현물까지 돈 되는 투자처라면 가리지 않지만 특히 주목받는 것이 구조조정 펀드다. 경영이 악화된 부실기업을 싼값에 사서 기업 가치를 올린 뒤 비싸게 파는 방식이다. 최근엔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진을 교체시키는 등 상장 기업의 약점을 공격해 주가를 올리는 행동주의 사모펀드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형 구조조정 펀드 중 가장 큰 것이 MBK파트너스다. 약 34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MBK는 두산공작기계, 홈플러스, KT렌탈, 네파 등 굵직한 기업들을 인수했다. MBK가 투자한 기업들의 매출 합계는 약 59조원, 고용 인원은 37만명에 달한다. 재계 서열로 따지면 20위권 순위다.
▶MBK의 설립자이자 대주주인 김병주 회장이 포브스지(誌)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부자 순위에서 국내 1위에 올랐다. 미국계 칼라일에서 일하다 2005년 독립해 펀드를 세운 지 18년 만에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등을 제치고 최고 부자에 등극했다. 사모펀드는 보통 투자 차익의 20%를 성공 보수로 받는데, 김 회장은 대형 투자를 잇달아 성공시키면서 개인 자산을 12조원으로 불렸다. 오렌지라이프와 코웨이 투자로만 1조~2조원의 차익을 낸 것으로 알려진다.
▶과거 한국 부자는 제조업 중심의 재벌 기업 대주주 일색이었다. 2011년의 경우 1위에 이건희 삼성 회장, 2위에 정몽구 현대차 회장 등 톱 10중 9명이 재벌 오너였다. 신산업 혁명이 본격화되면서 근래 들어선 자수성가형 사업가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1위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었고, 재작년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톱에 올랐다. 바이오·IT·게임 등 성장 산업 리스트에 사모펀드가 추가돼 새로운 유형의 부자가 속속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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