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와 태아 유전자의 비밀...알고보니 ‘적대 관계’
새끼 새가 먹이를 달라고 울면 포식자에게 들킬 수 있습니다. 새끼는 가족을 걸고 위험한 도박을 하는 셈입니다. 그래도 부모 새가 새끼에게 주저 없이 먹이를 주는 것을 보면, 자식을 이기는 부모는 없나 봅니다.
하버드대 헤이그 교수는 아기가 젖을 달라고 보채는 것은 동생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젖을 물면 배란이 억제돼 피임이 된다는 점을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동생이 없으면 육아 에너지가 자기에게 집중된다는 것도 감안하겠지요. 그러나 엄마는 동생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어쨌든 헤이그 교수의 주장은 엄마가 모유 아닌 분유를 먹이면 물거품이 됩니다.
태아는 아빠, 엄마에게 유전자를 반반씩 물려받습니다. 임신 중에 아빠 쪽 유전자는 태아를 크게 키우려고 하지만 엄마 쪽 유전자는 생각이 다릅니다. 분만을 감안하면 마냥 크도록 놔둘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올 4월 스웨덴 예테보리대 연구팀은 산모와 태아가 분만 시기를 두고 충돌한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제네틱스’에 발표했습니다. 산모의 유전자는 자신의 건강을 위해 빨리 분만하려 하지만 태아의 유전자는 더 크기 위해 분만을 늦추려 한다는 것입니다. 조산의 유전적 요인을 밝힌 이 연구 결과는 앞으로 조산 예방 및 치료에 기여할 것입니다.
생명체의 끝없는 다툼은 유전자의 속성입니다. 옳고 그름이 아닌 자연현상일 뿐이지요. 모성애를 포함한 가족 간 사랑의 숭고함에 대해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다른 생명체에는 없는 인간의 봉사나 희생정신은 다른 차원으로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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