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전세사기 피해 "선 지원 후 구상권"... 與, "공공매입 반대" 제동
민주·정의, 공공기관이 우선 피해자 구제
정부·여당은 20일 당정, 긴급대출 등 거론
기존 대책 '예방'에 초점… 참사 막지 못해
여야가 전세사기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구체적인 대응책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책의 핵심인 ‘선 지원 후 구상권 청구’안에 대해 국민의힘이 ‘공공매입 반대’라며 선을 긋고 있어서다.
전세사기 문제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거진 상황에서 여야가 경쟁적으로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제 국회 문턱을 넘은 대책은 피해 예방책에만 머물러 있고 이미 발생한 피해에 대한 구제책은 담기지 않아 전세사기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캠코가 우선 피해 보증금 보상"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는 1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실질적 피해보상을 위한 ‘선 지원 후 구상권 청구’를 골자로 하는 전세사기 방지 및 사기 피해자 보호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의 핵심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공공기관이 전세 보증금 채권을 인수해 전세사기 피해금액을 우선 보상하는 것이다. 이후 해당 주택을 경매나 공매 등의 방식으로 인수한 뒤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거나 매각하는 방식으로 피해보상에 쓴 돈을 회수한다.
민주당에서는 조오섭 의원이 지난달 30일 이 내용이 담긴 깡통·전세사기 구제법(주택 임차인의 보증금 회수 및 주거안정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대표발의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이와 유사한 방식의 ‘깡통전세 공공매입 특별법’(임대보증금미반환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여기다 전세사기 피해 입증을 한 경우 조건 없이 긴급 저리대출을 시행하고,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보증금 일부를 우선 변제받을 수 있는 ’소액임차인’ 범위와, 최우선 변제금액을 확대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정부와 국민의힘도 전세사기 대책 마련을 위한 당정협의를 20일 열기로 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지시한 '경매 중단'에 이어 피해자 긴급 대출, 우선매수권 등이 추가 대책으로 거론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늘부터 관계부처가 잘 검토해 해결책을 만들어 낼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전세사기 자체가 발을 붙일 수 없는 환경, 제도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여당 "공공매입 반대"에 피해구제 미지수
다만 민주당의 특별법이 실제 본회의 문턱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와 여당이 공공매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어서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전세사기 피해 태스크포스(TF)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가가 매입한다거나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일부에서 제기하는데, 매입에 따른 1차 이익은 채권자에게 돌아간다. 피해구제에 쓰이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 총리도 “사주고 하는 것은 형평성 등 고려 요인이 많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야 협의가 된다고 하더라도 상임위 논의, 공청회 등을 고려하면 본회의까지는 최소 2개월가량 걸릴 전망이다. 조오섭 민주당 의원은 “우선 발의된 법안만이라도 상정을 하고, 국민의힘에서 별도 법안을 발의하면 함께 상정해서 5월에는 공청회를 하게 될 것”이라며 “빠르면 6, 7월에는 제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사기 예방' 초점 맞춘 기존 대책… 피해구제는 못 해
여야는 ‘빌라왕’ 사건이 불거진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쟁적으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 피해자를 구제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뾰족한 피해구제 방안이 나오지 않는 동안 20, 30대 전세사기 피해자 세 사람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본회의를 통과한 법은 악성임대인 신상 공개를 골자로 하는 주택도시기금법, 전세사기범의 임대사업자 등록을 제한하는 민간임대주택에 대한 특별법, 세입자가 계약을 할 때 임대인의 세금 체납 내역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등인데, 모두 현재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보다는 앞으로의 전세사기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홍성국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방문하고, 올해 2월에는 강서구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의견을 듣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해 왔다”며 “입법에 시간이 필요하다 보니 부족했던 점이 참사로 이어졌다. 빨리 (대책 마련을) 못 했다는 데서 유감”이라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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