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 만세’ 외친 태영호의 ‘역사 해석의 자유’

김범주 2023. 4. 19.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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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대남 전략 전술을 아는 사람 입장에서 봤을 때는 김구 선생이 김일성의 통일전선 전략에 당한 겁니다. 김일성은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막고, 공산 정권을 세우기 위해 김구 선생을 이용한 겁니다.
<2023.4.18 월간조선 인터뷰 中>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의 발언이 또다시 구설에 올랐습니다.

민주당을 종교단체 JMS에 빗댄 '막말 논란'으로 '셀프 윤리위 심사'를 요청한 지 하루 만입니다.

이번엔 백범 김구 선생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문제가 됐습니다.

<월간조선> 인터뷰 중 "김구 선생이 (해방 이후 납북협상 과정에서) 김일성의 통일전선 전략에 이용당했다"고 말한 겁니다.


■ "대한민국 역사교육을 부정하는 발언"

더불어민주당은 "태 의원의 막말과 망언이 국민의힘에서는 상식이냐"며 "이런 사람이 집권 여당의 최고위원이라니 국민의힘의 수준을 알 수 있다"고 직격했습니다.

백범 김구선생 기념사업협회도 "경악과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면서 "태 의원의 역사 인식은 대한민국의 역사학자들을 모욕했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역사교육도 부정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북한에서 교육받은 역사를 근거로 대한민국의 역사를 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대한민국의 역사는 좌파나 우파에 의해 왜곡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도 했습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도 '공개경고'

태 최고위원의 설화는 벌써 네 번째입니다. 제주 4·3사건에 이어 일본 외교청서 관련 발언, 민주당 비하 발언까지 잇따라 구설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급기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어제(18일) 태 최고위원을 불러 '공개경고'했다는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김 대표는 오늘(19일) 한빛맹학교를 찾은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구 선생이 민족 지도자로서 대한민국의 해방과 독립 위해 엄청난 노력과 희생 치른 것 잘 기억하고 있다"면서 "그 뜻을 잘 승계하기 위해 국민의힘은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태 최고위원의 발언을 에둘러 비판하고 논란을 수습한 건데, 다만 징계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여기까지 하겠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앞서 김 대표는 취임 직후 잇따른 최고위원들의 설화에 대해 " 당 대표로서 엄중히 경고한다. 이 시각 이후 당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당을 부끄럽게 만드는 언행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당헌‧당규에 따라 당대표에게 주어진 권한을 엄격하게 행사하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실언 아냐,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달라"

그런데 어제 논란이 불거진 뒤 태영호 의원실은 "김구 선생은 폄훼한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실언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달라"고 했습니다.

게시물을 즉시 삭제하고 사과했던 'JMS 막말 논란' 때와는 달리 오늘(19일) 입장을 내겠다고도 했습니다.

의원실 주변에선 "해당 행위를 한 것도 아니고, 언행을 잘못한 것도 아니고, 국회의원이 소신껏 발언한 것"이라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지난 2월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국민의힘 제주 전당대회를 앞두고 "제주 4.3 사건은 명백히 北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고 발언하면서 태 최고위원은 자신의 입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당시 태 최고위원은 "사과는 김일성의 손자 김정은이 해야지, 저보고 사과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일축했습니다.

그러면서 “종북 좌파에 의해 잘못 쓰인 현대사를 바로잡겠다”며 “새 세대들에게 우리 대한민국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알리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또 "제주 4·3 사건은 '이건 아니고, 저건 틀렸다’가 아니라 역사의 전 흐름을 들여다봐야 한다"면서 "색깔론이라고만 하면 역사 진실을 규명하는 데 입을 틀어막자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만세!"

대한민국의 통일을 앞당기는 데 또 하나의 기적을 이뤄냈습니다. 당원 동지의 믿음과 신의를 영원히 잊지 않고 한반도에서 자유민주주의 통일이 이뤄지는 그날까지 목숨 걸고 싸우겠습니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만세!
- 태영호, 최고위원 선출 직후

북한의 실상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본 뒤 '자유'를 찾아 온 태 최고위원에게 '자유민주주의'는 목숨과도 맞바꿀 수 있는 가치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북에서 배운 역사가 반드시 옳고, 남한의 '무지한' 대중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일깨워줘야 한다는 태도는 부적절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태 최고위원이 "왜곡되어 잘못 알려졌다"고 평가한 '역사적 사실'은 그동안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의힘이 밝힌 입장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기도 합니다.

태 최고위원의 이런 역사 인식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옹호한 사람이 오늘(19일) 단 한 사람 있었습니다. 정치인은 자신의 발언과 인식이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되돌아 볼 줄 알아야 합니다.

김구가 김일성한테 속았다는 말 여러분 인정해요? 그런데 태영호를 제명한단 거야. 이 만큼 대한민국의 정치 세계는 완전히 북한의 점령 하에 들어갔단 거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김범주 기자 (categor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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