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 스폰서는 바뀌어도 대회는 계속된다
[골프한국] 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더 셰브론 챔피언십이 20일(한국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텍사스주 우들랜즈의 더 클럽 칼턴우즈(파72·6842야드)에서 열린다. 세계랭킹 톱10을 비롯한 상위 랭커 132명이 출전, 메이저 타이틀을 놓고 뜨거운 승부를 펼친다.
이번 대회는 새로운 커리어 그랜드슬래머 탄생 여부, 세계랭킹 1~3위 간의 수성과 탈환의 드라마가 예고돼 골프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특히 랭킹 톱3을 차지고 있는 리디아 고(26), 넬리 코다(25), 고진영(28) 간의 랭킹 1위 쟁탈전은 이 대회의 최대 관전 포인트로 부상했다.
전인지(29)의 한국선수 두 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래머 탄생 여부도 관심거리다. 2015년 US여자오픈 우승으로 한미일 3국 내셔널타이틀을 모두 따낸 전인지는 이번 셰브론 챔피언십과 8월에 치를 AIG 여자오픈 중 한 개의 트로피를 수집하면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래머가 된다. 전인지는 2015년 US여자오픈, 2016년 에비앙 챔피언십, 2022년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했었다.
그랜드 슬램이란 한 해에 미국과 영국에서 열리는 4개 메이저대회를 모두 우승한 경우를 뜻하는데 골프 역사상 이 기록을 달성한 선수는 아마추어선수로 '구성(球聖)'이란 극존칭을 듣는 바비 존스(1902~1971)가 유일하다. 평생 메이저대회 4개를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 슬래머로 부른다. 여기에 올림픽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면 골든 그랜드 슬래머가 되는 것이다. 현역 여자선수 중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래머는 박인비(35)뿐이다.
2016년 '호수의 여왕'에 등극한 리디아 고는 7년 만에 메이저 퀸을 꿈꾸고 2021년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 우승과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넬리 코다는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하기 위해 이번 대회 우승이 필요하다.
2019년 '호수의 여왕'인 고진영은 LPGA투어 통산 15승, 랭킹 1위 탈환과 함께 LPGA 명예의 전당에 한발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이 대회 우승이 절실하다.
시즌 첫 메이저 대회는 그동안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미션힐스CC에서 열렸으나 지난해부터 스폰서가 바뀌면서 대회 장소도 텍사스주 우들랜즈의 클럽 칼턴우즈로 바뀌었다.
이 대회의 뿌리는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콜게이트 다이나 쇼어 챔피언십으로 시작됐는데 후원사인 콜게이트는 유명한 치약회사고 다이나 쇼어(Dinah Shore, 1902~1971)는 당시 인기 절정에 있던 가수이자 영화배우의 이름이다. 열렬한 골프애호가인 그녀는 미션힐스CC에 LPGA 대회 유치에 성공하고 첫 대회 개막을 1년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제1회 콜게이트 다이나 쇼어 챔피언십이 성공적으로 개최된 뒤 LPGA투어는 그를 LPGA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스폰서가 바뀜에 따라 이름도 나비스코 다이나 쇼어 챔피언십, 크래프트 나비스코 다이나 쇼어 챔피언십, ANA인스퍼레이션으로 바뀐 뒤 작년부터 셰브론 챔피언십으로 바뀌었다. 2000년 이후 대회 이름에서 다이나 쇼어도 빠졌다.
스폰서와 대회장소의 변경으로 '호수의 여인'을 탄생시킨 '포피스 폰드'도 전설 속으로 묻히게 됐다. 랜초미라지의 미션힐스CC 18번 홀 그린 옆 '포피스 폰드'에 뛰어드는 것은 1988년부터 이어진 전통이었다. 당시 32세의 에이미 앨코트(미국)가 우승의 감격에 캐디와 함께 연못으로 뛰어든 것을 시작으로 시작되었다. 앨코트가 호수에 뛰어든 것을 놓고 당시 기온이 섭씨 40도에 달해 더위를 못 참아 홀아웃하자마자 호수로 뛰어들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에이미 앨코트는 1975년 LPGA투어에 들어와 메이저 5승을 포함, LPGA투어 통산 29승을 거둬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선수로는 2004년 박지은이 처음 이 연못에 뛰어드는 영예를 안았고 이후 유선영(2012년), 박인비(2013년), 유소연(2017년), 고진영(2019년), 그리고 이미림(2020년)까지 모두 6명이 호수에 뛰어들었다.
대회가 열리는 클럽 칼턴우즈는 잭 니클러스가 디자인한 대표적인 코스로, 호수와 벙커가 많고 언듀레이션이 심하며 지그재그 코스로 유명하다. 골프다이제스트는 2001년에 생긴 코스 중 텍사스 최고의 프라이빗 코스로, 미국의 3대 프라이빗 코스로 선정하기도 했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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