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 `일파만파`] "전세금 못 돌려줘요"… 동탄서도 250채 `파산폭탄` 터지나

이미연 2023. 4. 19.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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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세입자 쓰러트린 전세사기 전국 확산
집주인 "전세금 대신 소유권 이전" 발언에
세입자들 신고… 경찰 전세사기 전제 수사
"단순한 파산신청이면 사기죄 성립 어려워"
고의성 두고 논란… 2차 피해 확산 우려도
1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전세 사기, 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 출범 기자회견에서 안상미 대책위원장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호소문 붙은 인천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 사진 연합뉴스

"현대 임대 중인 오피스텔 건으로 연락드린 법무사 OOO사무소다. 임대인 의뢰로 연락드린다. 임대인 사정으로 6월 10일까지 소유권 이전등기를 접수해야 국세 체납으로 인한 보증금 순위가 보존되지 않는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다."(동탄 250채 오피스텔 전세사기 의심 관련 임대인 측 법무사)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극단적 선택이 이어지고전세사기 피해가 전국 단위로 확산 중인 가운데 동탄에서 오피스텔 전세사기 의심 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전세사기로 확정된 사건들의 경우 피해자들이 절차에 따라 구제를 받을 수 있지만, 깡통전세 집주인이 '파산신청'을 해버린다면 피해자는 호소할 곳이 없어져 피해가 일파만파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깡통전세를 전세사기로 보기에는 고의성 입증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 소송으로 간다면 적지않은 시간과 소송 비용 등도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세사기 피해, 전국 단위로 '일파만파'

현재 전국에서 우후죽순 발생 중인 전세사기 피해 규모는 아직 정확히 공표된 바가 없다. 지자체나 경찰이나 검찰 등에서 발표한 굵직한 수치로는 인천 미추홀구, 서울 강서구 화곡동, 대전, 부산 등에서 몇십억원 대의 사건들이 터지고 있다.

전세사기는 대부분 임차인이 지불한 임대차보증금으로 해당 주택을 매입하는 계약과 전세계약을 동시에 진행해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주택 소유권을 취득하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을 이용했다. 이들은 막연히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기대해 여러 건의 계약을 체결하며 '보증금 돌려막기'로 연연하다 집값 하락이 이어지자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게되면서 피해를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의 자발적 조사 결과, 대책위에 가입한 1787호 가운데 1066호가 경매·공매로 넘어간 것으로 집계됐다. 이후 인천시는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로 인해 3월 말 기준 1523호에 대해 임의 경매(담보권 실행 경매)가 진행 중이고 87호가 매각됐다고 19일에야 발표했다.

서울에서는 '화곡동 빌라왕' 피해가 크다. 강서구 화곡동 일대 빌라 283채를 매입하고 임대한 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빌라왕' 전세사기 피해는 현재 확인된 부분만 18명, 31억6800만원에 이른다.

전국에서 1인 가구 비중이 가장 높은 대전에서는 다가구 주택이 모여있는 서구 도마동·괴정동 등을 중심으로 50억원대 규모 전세 사기가 발생해 수사 중이다. 경찰 신고된 피해만 20억원 규모이고, 피해자 모임 측에서 파악한 피해자수와 금액은 55가구, 50억원 이상이다.

부산에서는 부산 부산진구와 동래구 일대 오피스텔 100여채를 사들인 뒤 세입자들에게 80억원 상당의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 전세사기 임대인(집주인)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어 가장 최근에는 동탄에서 250여채의 오피스텔을 소유한 A씨 부부가 세입자들에게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으니 소유권을 이전해가라는 '전세사기 의심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역전세나 깡통전세가 모두 '전세사기'는 아니지만…"

일단 동탄 건의 경우 A씨 부부가 각자 명의로 각각 91채, 162채 등 총 253채의 오피스텔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거래가 끊기자 보유세 등 세금을 내지 못하게 된 A씨 부부가 전세 계약 만기가 도래한 오피스텔의 소유권을 임차인에게 넘기는 과정인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은 아직 '파산신청'까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현재 A씨 부부의 세입자 50여명이 경찰에 '전세사기'로 신고해 수사가 진행 중이며, 이 내용이 크게 알려지자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부부의 세입자 중 한 명은 "계약 당시 근저당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며 "현재 역전세라 소유권을 이전받으려면 각종 세금과 하락한 가격 여파로 2000만~5000만원의 손해가 발행한다"고 주장했다. 계약 당시에는 근저당이 없는 깨끗한 물건이라 의심할 부분이 없었던 것.

집주인 측 법무인으로부터 문자를 받은 일부 피해자들은 경찰과 변호사 등을 통해 방법을 알아봤지만 사기죄 성립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전세사기'가 성립된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피해를 줄이려면 경공매로 넘어가기 전에 소유권을 이전받는 방법이 최선이라는 조언이다. 이에 일부 세입자는 울며겨자먹기로 소유권 이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파산신청' 여부가 관건이다. 집주인이 단순히 파산신청을 했다는 것만으로는 전세사기로 단정하기 어렵다. 게다가 실제 집주인이 파산신청을 한다면 세입자들의 집은 파산관재인이 진행하는 경매로 신속하게 넘어갈 가능성이 높고, 집주인 세금 체납 등이 있다면 세입자의 보증금은 후순위 채권으로 밀려 온전히 돌려받기 어려워진다.

현재 경찰은 동탄의 또 다른 오피스텔 임대인인 B씨(40여채 보유)에 대한 사기 혐의 고소장도 받아 수사 중인데, 이 케이스가 관련 문제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B씨의 오피스텔 임차인 1명은 "B씨가 '파산 신청을 했다'며 오피스텔 소유권 이전을 요구해왔다"며 B씨를 고소했다.

김문수 법무법인 오른하늘 변호사는 "최근 사건들은 무자본 갭투자로 보증금에 대한 변제 자력이 부족하고, 한꺼번에 다수의 세대에 임대해 부동산 하락시 연쇄적으로 깡통전세가 발생할 가능성 정도는 인식했을 것"이라면서도 "(파산을 신청한 집주인의) 전세사기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범행당시, 즉 전세계약 체결 당시 사기에 대한 고의가 입증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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