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우울' 등 부정적인 감정…'이 질환' 유발해
사회심리학의 창시자이자 19세기를 대표하는 영국의 사회·심리학자 허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는 "지성이 아닌 감정이 의견을 좌우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는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이라도 감정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다. 흥미로운 사실은 신체 부위 중에서 특히 심장이 감정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 부정맥 등 심장질환 위험 높여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교(Johns Hopkins University) 에린 미코스(Erin Michos) 심장 전문의는 2021년 '미국심장협회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을 통해 감정이 심장과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연구 내용을 살펴보면 불안과 분노, 우울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뇌의 편도체를 활성화한다. 편도체는 감정과 정서, 공포,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영역으로 활성화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과 아드레날린(Adrenaline) 분비량을 증가시킨다.
이 두 호르몬의 증가는 직접적으로 심장에 영향을 끼친다. 심장 박동수를 증가시키고 혈압을 높여 혈전을 만들어 심장마비와 뇌졸중을 유발한다. 이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은 건강에 간접적으로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에서 비롯된 과도한 스트레스는 식습관과 수면 패턴 등을 망가트리고 면역력을 약화시켜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된다.
이와 관련된 국내 연구도 있다. 2022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최종일 등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인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을 통해, 부정적인 감정이 부정맥의 일종인 심방세동 발병과 밀접하게 관련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는 2002~2008년까지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20세 이상 성인 500만 명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해 진행됐다. 연구 대상자들은 모두 심장 건강에 이상이 없었다. 분석 결과,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방세동 위험이 약 1.25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우울증 환자에서 심방세동 발병 위험이 25.1%, 우울증 재발과 치료를 반복하는 환자의 심방세동 위험은 32.2%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20~39세의 우울증 환자가 심방세동을 겪을 위험(58.3%)이 65세 이상 노인(16.8%)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 연령대가 낮을수록 우울증이 심방세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컸다. 연구진은 "우울한 감정은 교감신경 활성화 및 정서적 스트레스 증가와 관련이 있으며, 이는 심방세동 위험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긍정적인 사고, 수명 늘려줘
긍정적인 감정은 전반적인 건강에 도움을 준다. 2012년 미국 코넬 대학교(Cornell University) 연구진이 '내과학 기록(Archives of Internal Medicine)'에 발표한 연구 내용에 따르면, 긍정적인 사고와 기분 좋은 생각은 심장질환과 고혈압 치료에 도움을 준다. 연구진은 756명의 심장질환, 고혈압, 천식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치료 프로그램을 실천할 가능성이 컸으며, 신체 활동량 증가도 각각 55%, 37%로 큰 차이를 보였다. 연구진은 "긍정적인 사고가 환자들의 치료에 대한 의지를 끌어냈다"라고 평가했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 하버드 T.H 공중 보건 대학교(Harvard T.H. Chan School of Public Health) 연구진이 다양한 배경과 인종을 가진 16만 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일수록 수명이 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긍정적인 사고가 스트레스를 감소시켜줄 뿐만 아니라, 건강한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 습관에도 영향을 미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기 위해서는 마주하는 상황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떨쳐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이 때 얻을 수 있는 것을 먼저 생각하면 긍정적인 사고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더불어,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매일 달성 가능한 소소한 목표를 설정하거나, 가족 또는 주변 사람들과의 사회적 관계를 단단하게 만들고자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성진규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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