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서 입장표명’ 송영길 태도 비판… 더미래·더민초 “귀국하라”

배민영 2023. 4. 19.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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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봉투 의혹’ 사태 수습 나선 野
당내 의원모임 잇달아 성명 발표
“전직 대표로서 매우 부적절 처신”
“조속히 들어와 사건 실체 밝혀야”
고민정 “떳떳하면 피할 이유 없어”
국민의힘선 “숨는 자가 범인” 공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2021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연루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지도부에서조차 송 전 대표를 향해 “무책임”,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며 강도 높은 비판 발언이 나왔다. 각 의원 그룹들은 송 전 대표의 귀국을 재촉하는 한편, 적극적인 진상규명 및 후속 조치를 지도부에 건의했다. 총선을 1년 앞두고 터진 대형 악재를 조속히 수습하지 않으면 민심 이반이 가속화할 것이란 위기감이 반영된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송영길 전 대표. 연합뉴스
민주당 내 각 의원모임은 19일 잇달아 성명을 내고 돈 봉투 의혹에 관련된 것으로 의심받는 송 전 대표의 귀국을 촉구했다. 당내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는 국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참담한 마음으로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들은 의혹과 관련, “공개되는 녹취의 내용은 상당히 충격적이고 구체적”이라며 “저희는 이번 기회에 우리 당에 아직 구태가 남아있다면 모두 드러내 일소하고, 완전히 새로운 당으로 다시 태어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고 했다.

송 전 대표를 향해선 “조속히 귀국해 사건의 실체를 밝혀달라”며 “당이 위기다. 국민들께 진실을 밝히기 위한 모든 노력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대표 후보로서 당시 있었던 일들을 책임지고 확인해 우리 당과 국민들께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엔 “수사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엄중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다.

당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도 성명을 통해 송 전 대표에게 “조기 귀국해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밝히라”고 요구했다. 송 전 대표가 귀국 요구엔 응하지 않은 채 체류 중인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한 것을 두고는 “당의 전직 대표로서, 또한 책임 있는 정치 지도자로서 매우 부적절한 태도이자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모임(더민초) 윤영덕 운영위원장(오른쪽)과 강민정 의원이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송영길 전 대표의 귀국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에 앞서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이들은 “참담한 마음으로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연합뉴스
지도부 내에서도 송 전 대표를 향한 귀국 촉구가 이어졌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떳떳하면 피할 이유가 없다. 억울한 누명이라면 적극 해명할 것이고, 아니라면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고 했다. 송갑석 최고위원은 “지금 돈 봉투 의혹으로 당의 도덕성이 뿌리째 흔들리는 상황에 처했다”며 “그간 정당 혁신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라고 말했다. 송 전 대표가 당내 귀국 요청에 화답하지 않는 점을 두고는 “송 전 대표의 무책임한 태도를 보며 국민과 당원은 당혹감과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며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우리 당의 전임 대표답게, 상임고문답게, 송 전 대표가 있어야 할 곳은 파리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곁”이라고 강조했다.

돈 봉투 의혹과 관련, 이재명 대표는 이날 언급을 삼갔고, 당 차원의 별도 입장 발표도 없었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당 차원에선 이 대표가 다 말했다고 본다”며 “당의 입장은 이미 정해졌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지난 17일 당 회의에서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검찰에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한편, 송 전 대표에게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송 전 대표가 오는 22일로 예고한 현지 기자회견을 지켜본 뒤 당의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송 전 대표는 의혹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 연합뉴스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돈 봉투 의혹에 대해 “금액이 대개 실무자의 차비, 기름값, 식대 수준”이라고 해 구설에 올랐던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부끄러운 사안으로 민주당에 실망하신 국민들의 마음을 잘 알면서도 상처를 주는 실언을 한 저의 불찰을 반성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돈 봉투 의혹을 ‘민주당 돈 봉투 게이트’로 규정하며 공세를 퍼부었다. 김기현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숨는 자가 범인”이라며 “송 전 대표가 귀국을 미루는 이유는 범죄 의혹을 은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를 향해선 “사건의 몸통인 송 전 대표에 대한 출당 조치와 아울러 해외 도피성이 아니냐는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송 전 대표에 대한 강제 귀국 조치도 내려야 한다”고 했다.

김예령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처럼 ‘쩐당대회’ 사건은 민주당 당내 선거에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고 돈 봉투를 돌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었음을 암시한다”고 했다. 송 전 대표를 겨냥해선 “일요일엔 신문이 발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식해 토요일 기자회견을 잡은 것도 참으로 비겁한 하치의 수단”이라고 했다.

배민영·김현우·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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