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순방 징크스, 이번엔 깨질까

2023. 4. 1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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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정치정책부 정치팀장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하순 미국 국빈 방문길에 오른다. 한국의 대통령이 미국의 국빈으로 초청을 받은 것은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12년 만이다.

국가 외교의 최고 예우인 국빈 방문은 통상 의장대 사열을 비롯한 공식 환영식, 예포 발사, 의회 연설, 공연이 포함된 국빈 만찬, 고위급 환영·환송식 등으로 진행된다. 윤 대통령이 처음으로 국빈 초청을 받아 다녀온 아랍에미리트(UAE)는 공군 전투기 '에어쇼'까지 등장할 정도로 윤 대통령을 극진히 대접했다.

더욱이 올해는 한미동맹 70주년을 맞는 의미있는 해다. 윤 대통령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 뒤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 국빈 초청을 받은 정상이자, 미 상·하원으로부터 의회 연설까지 공식 초청받았다. 국빈 방문과 의회 연설을 모두 하는 정상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윤 대통령이 처음이다.

한국의 대통령이 세계 최대 강국인 미국의 국빈으로 초청받아 정상회담과 만찬, 의회 연설까지 한다고 하니 어찌 고무적이지 않을 수 있을까.

윤 대통령은 이번 미국 방문에 여야 국회의원들, 대규모 경제사절단과 함께 할 예정이다. 벌써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의 이번 국빈 방미를 계기로 정치적으로는 '한미의원연맹' 창설, 경제적으로는 한미 간 첨단산업 협업 등의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낙관론이 나오고 있다.

12년 만의 미국 국빈 방문으로 어찌 보면 당연한 기대감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출발이 다가올수록 괜한 긴장감도 커진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1년 동안 해외순방을 다녀올 때마다 많은 논란을 불렀다. 오죽하면 '순방 징크스', '순방 잔혹사'라는 말까지 생겼을까.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취임 후 처음으로 스페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초청받았다. 당시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이자, 윤 대통령의 첫 해외 방문이라 모든 관심이 윤 대통령에 쏠렸다.

논란은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윤 대통령의 전용기에 대통령실 직원이나 공무원이 아닌 김건희 여사의 지인인 민간인 신모씨가 동행한 것이 알려졌다. 신씨는 전용기 탑승뿐 아니라 대통령 부부와 같은 숙소에 머물렀다.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부인인 신씨가 실질적인 제2부속실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민간인 자원봉사자의 경우 '기타 수행원' 자격으로 순방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뒤이어 지난해 9월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에도 사건·사고는 끊이질 않았다.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조문하려 방문한 영국에서는 교통 상황을 이유로 조문을 취소하고 조문록만 작성해 외교 실책 논란을 빚었다. 또 미리 예고됐던 한일정상회담은 약식회담으로 축소됐고, 한미정상회담은 48초 스탠드 회담으로 대체됐다. 사실상 회담이 무산된 셈이다.

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도 이때 발생했다. 비속어 논란은 같은 해 11월 동남아 순방까지 여파를 미쳤다. 윤 대통령은 당시 비속어 논란 보도를 악의적인 왜곡 보도로 규정하고, 최초 보도 매체인 MBC의 취재진을 전용기에 탑승하지 못하도록 했다. 정상회담 취재도 제한했다. 당시 언론과의 갈등이 커지자 출근길 약식회담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올해 1월 UAE·스위스 순방도 순탄치는 않았다. "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 측의 반발을 불러와 외교적 갈등으로 비화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3월 일본 방문도 사정은 비슷했다. 일제 강제동원(징용) 피해자 배상을 제3자 변제방식으로 결정해 국민 여론이 급격히 냉각한 상태에서 떠난 일본 방문길에는 '빈손 외교' '호구 외교'라는 비난이 뒤따랐다.

당연히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순방을 다녀올 때마다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정도면 가히 '순방 징크스'를 넘은 '순방 리스크'라 할 만하다.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에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은 최근 우리 정부를 도·감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논란이 이어지자 "한미동맹은 이익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관계가 아니라 자유 민주주의, 시장 경제라는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동맹"이라고 진화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형제가 여러 이유로 싸울 수도 있지만, 다툰다고 해서 형제 관계나 가족이 아닌 건 아니지 않나"라고 비유했다.

형제는 다툴 수 있지만 화해를 하려면 잘못이 있는 쪽이 사과하는 게 순리다. 사과가 없는 화해는 앙금을 남기기 마련이다.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이 모쪼록 순방 징크스를 깨는 돌파구가 되길 바란다.김미경기자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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