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열 받아" 부탄가스 570개 쌓아둔 집에 불 질러

“다수 생명과 재산 위협” 징역 2년 선고

게티이미지뱅크

층간소음 문제로 아래집과 갈등을 빚다 집안에 부탄가스 500여개를 쌓아둔 채 불을 지른 30대가 실형을 선고 받았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제11 형사부(부장 조영기)는 현주건조물 방화미수와 살인예비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30대 남성 A씨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차례 인화성 물질을 다수 구입하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을 준비했고, 사건 당시 수백 개의 부탄가스 통에 불을 붙인 후 현장을 떠났다”며 “다행히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화재는 진압됐지만, 피고인이 저지른 방화 범행은 불특정 다수의 생명과 재산에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중대 범죄”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사전에 준비한 흉기를 들고 피해자가 거주하는 세대 앞 복도를 배회하는 등 살인에 매우 근접한 행위까지 저질러 살인예비죄 죄질 역시 불량하다”고 했다. A씨가 범행 당시 정신과 입원 치료 사실 등을 제시하며 의사결정 능력이 미약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범행 전후 행동으로 봤을 때 사물 변별 능력이 없다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지난해 10월 15일 오전 7시쯤 의정부시 자신의 오피스텔 방 안에 차량연료첨가제를 뿌린 뒤 부탄가스 상자에 불을 지른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A씨의 방 안에는 부탄가스 570개 정도가 쌓여 있었다. 스프링클러가 즉시 작동해 불이 번지지는 않았으나, 자칫 15층짜리 오피스텔 건물로 불이 번져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할 뻔했다.

검찰은 A씨가 방화 시도 당일 사전에 준비한 흉기를 들고 아래층을 배회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런 정황을 토대로 A씨가 평소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던 아래층 거주자를 살해하려 범행한 것으로 파악하고, 살인예비 혐의를 적용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