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사람으로 남을 수 없는 문재인… 고개 드는 역할론
“잊혀진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다큐멘터리 영화 ‘문재인입니다’의 개봉을 앞두고다.
문 전 대통령은 전날 진보성향 방송인 김어준씨 유튜브채널을 통해 일부 공개된 이 영화 속 인터뷰를 통해 “5년간 이룬 성취, 제가 이룬 성취라기보다 국민이 대한민국이 함께 성취한 것인데 그것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과거로 되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한편으로 허망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사실상 윤석열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자연인으로서 잊혀질 수 없는 것이지만 현실 정치 영역에서는 이제 잊혀지고 싶다는 뜻을 밝혔던 것인데 끊임없이 저를 현실정치로 소환하고 있다”면서 “그 꿈도 허망한 일이 됐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처럼 “잊힌 삶을 살고 싶다”며 현실 정치에 담을 쌓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꾸준히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내놨다.
이같은 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을 무시하기 힘든 이유는 민주당 내부에 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어수선한 민주당에서 일부 강성 친문계와 비명계가 손잡고 친명계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 최대 아킬레스건은 사법리스크다. 지금까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옥죄어왔던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다음 달 11일부터 법원에서 치열한 법정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의 금품수수 혐의에서 시작된 검찰 수사는 2021년 전당대회 불법 정치자금 의혹으로 번져 민주당 전체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특히 이정근 게이트는 그 끝을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확대되고 있고, “검찰의 수사 의지에 따라 민주당 전체로 사건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에서 나오는 전망이다.
하지만 문재인 역할론이 현실화하려면 친문계 의원을 중심으로 한 당 지도부 교체 등의 조건이 충족되어야한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 이야기다. 한 친문계 의원은 “기본적으로 문 전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기 위해선 친문계 의원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전면적인 정치개입은 하시지 않겠지만 위기의 민주당을 위해 문 전 대통령 역할을 바라는 의원이 다수 있다”고 말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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