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로 싸매서 환자들 탈출시켜"…긴박했던 요양병원 화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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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가 '펑'하고 터지더니 시꺼먼 연기가 계단을 타고 순식간에 올라왔어요."
전남 화순군 화순읍 한 요양병원의 간호사 A씨는 "영화에서 보던 장면 같았다"며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19일 A씨가 일하는 요양병원이 입주한 건물 지하에서 대중목욕탕 보일러실 수리 작업 도중 화재가 발생했다.
중앙계단 반대편 계단에는 아직 연기가 차지 않은 상황을 확인한 간호사와 직원들은 홀로 움직일 수 없는 환자들부터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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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뭔가가 '펑'하고 터지더니 시꺼먼 연기가 계단을 타고 순식간에 올라왔어요."
전남 화순군 화순읍 한 요양병원의 간호사 A씨는 "영화에서 보던 장면 같았다"며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19일 A씨가 일하는 요양병원이 입주한 건물 지하에서 대중목욕탕 보일러실 수리 작업 도중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감지기가 경보를 울리자마자 검은 연기는 지상 4층짜리 건물 중앙계단을 통로로 삼아 요양병원 전체에 퍼졌다.
대부분 고령인 데다 거동도 불편한 요양병원 입소자 136명과 종사자 50여 명의 탈출이 시작됐다.
각 병동 간호사와 직원들은 가장 먼저 중앙계단 방화문을 닫아 연기 확산을 차단했다.
중앙계단 반대편 계단에는 아직 연기가 차지 않은 상황을 확인한 간호사와 직원들은 홀로 움직일 수 없는 환자들부터 챙겼다.
한 사람씩 둘러업거나, 양쪽에서 팔다리를 붙잡아 들고, 이마저도 여의찮으면 이불로 환자를 싸매서 보쌈하듯 옮겼다.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재활환자는 눈에 보이는 대로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라고 대피를 유도했다.
소방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간호사와 직원들은 자신들보다 몇 배 많은 수의 환자를 대피시키고자 여러 차례 건물을 드나들었다.
서너명이 달라붙어도 옮기기 힘든 침상 환자는 건물 처마 지붕이자 2층 야외정원까지 임시로 옮겨놓고 소방대가 올 때까지 함께 기다렸다.
입원환자 B씨는 "무슨 난리 통인지도 모르고 시키는 대로 건물을 빠져나왔다"며 "남은 환자들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간호사랑 다른 직원들은 병원에 계속 남았다"고 말했다.
A씨는 "수시로 소방서와 함께 했던 훈련이 오늘 크게 도움이 됐다"며 "큰 피해가 없어서 다행이다"고 한숨을 돌렸다.
이날 화재로 요양병원 건물에서는 경상자 20명이 발생했다.
부상자 가운데 한때 의식을 잃었던 대중목욕탕 보일러실의 용접 작업자 1명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나머지 부상자 19명은 요양병원 입소자 15명과 종사자 4명인데 단순 연기흡입으로 건강 상태는 양호하다.
무사히 대피한 나머지 입소자 120여 명은 지역 다른 요양병원으로 분산될 예정이다.
소방 당국은 보일러실을 보수·수리하기 위해 용접 작업을 하던 중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화재 경위를 조사 중이다.
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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