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등 서방 요청에 ‘러 압박’ 발 맞추기… 野 “국익해쳐” 비판 [尹, 우크라 군사지원 시사]

이현미 2023. 4. 19.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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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인터뷰 내용 보니
우크라전 장기화로 러 제재수위 고조
한미·G7·나토 정상회의 주요 의제로
‘가치공유’한 우방으로서 동참 밝힌 듯
우크라 군사지원 확대 땐 러 보복 수순
핵심물질 수출제한·北 무기제공 가능성
이재명 “적대국 만드는 외교 재고를”
윤석열 대통령이 ‘살상 무기 지원 불가’라는 기존 원칙을 깨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미국 등 동맹·우방국과 보조를 맞추며 대미 노선을 강화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미국,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오는 26일 한·미 정상회담과 5월로 예정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7월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등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질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에 화답하기 위한 사전포석의 측면이 있어 보인다. 미국과 G7, 나토는 모두 한국을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라는 명분으로 초청하고 있다.

특히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가 성사되는 등 미국과 외교·경제 협력 폭을 넓혀가고 있다.

윤 대통령은 19일 보도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 대량학살, 전쟁법 중대 위반 등 전제 조건을 내걸며 이 경우 인도·재정 지원을 고집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전쟁 중인 나라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기존의 완고한 입장에서 물러선 것으로, 미국 등과 보조를 맞추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최근까지 ‘살상 무기 지원 불가’ 원칙을 고수해왔다. 정부는 지금까지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하에 지난해 1억달러(약 1323억8000만원)를 인도적 지원 명목으로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다. 올해도 인도적 지원, 재정 지원, 인프라 구축 및 재건 지원 등에 1억3000만달러(약 1721억8500만원) 규모의 추가 지원을 공약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모처에서 훈련하고 있다. AP뉴시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러시아를 향한 서방 국가들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고, 한·미 동맹 강화에 외교적 노력을 총력 동원하고 있는 만큼 미측에 한 차원 가까이 선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은 당장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할 가능성이 낮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여권 내부에선 다양한 대안이 거론된다. 한국이 직접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하지 않고도, 주한미군이 비축 물자를 우크라이나에 보낸 뒤 한국이 이를 보충해주는 방법도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윤 대통령의 외교 정책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 미국을 포함한 현 서방 국가들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방향에 방점이 찍혀 있다.

권기창 전 주우크라이나 대사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윤석열정부에서 내세운 ‘가치외교’ 기조에 비춰 (국제법 위반, 인권 침해 등) 러시아의 행위는 용인 범위를 넘은 것들이 많다”며 “사실상 윤 대통령이 언급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 대량학살, 전쟁법 위반은 이미 러시아가 하고 있는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장도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요청이 그간 많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지금처럼 소극적 입장을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G7 정상회의, 나토 정상회의 3가지 주요한 계기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방침이나, 우크라이나를 최종 사용자로 명시한 포탄 지원을 직접 언급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러시아는 이미 한국을 ‘비우호국’에 포함시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인 무기 지원 시 보복 조치를 단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정부가 현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을 선회해 직접 살상무기를 지원한다면 보복이 뒤따를 것이란 관측이다. 반도체 핵심 물질 수출 제한이나 북한 미사일 제공 등이 가능한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지금 분쟁지역에 대한 군사 지원은 국익을 해치는 행위고 결단코 해선 안 될 일”이라며 “보수정권, 진보정권을 막론하고 어떤 정권도 적대국을 만들어내는 외교정책을 한 바가 없다. 이번 결정에 대해 대통령의 재고를 강력하게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중국과 대만의 긴장 고조와 관련해선 “결국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고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대해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며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고 남북한 간의 문제처럼 역내를 넘어서서 전 세계적인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만 소요 사태 발생 시 미측의 주한미군 동원 여부가 쟁점이 될 수밖에 없어 한국 정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현미·홍주형·김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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