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을 강제로?'…연금특위, '퇴직금' 개혁방안 논의
여야 의원들은 우려…"개인의 재산, 위헌 가능성도"
[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연금개혁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국회 연금특위가 19일 퇴직연금 발전방안에 대한 공청회를 실시했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퇴직급여(퇴직금)를 퇴직연금 형태로 강제해 소득대체율을 보완하는 '퇴직연금 강제화'를 제안했다. 여야 의원들은 퇴직연금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으나 개인의 재산권 행사 등 현실적인 이유로 강제화에는 우려를 제기했다.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인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날 국회 연금특위에서 열린 '퇴직연금 발전방안 공청회'에서 퇴직연금 강제화를 주장했다. 그는 "준(準) 공적연금으로 만들어야 한다고까지 표현하고 싶다"며 "현재 퇴직연금은 일시금으로 받거나 중도 인출이 가능한데, 이것을 일시금이 아닌 연금 형태로 받게 (강제)하자"고 했다. 현행 퇴직금 제도를 퇴직연금으로 일원화하고 중도 인출 등을 막아 노후 소득을 대비하자는 주장이다. 현재는 일시금 형태의 퇴직금과 연금 형태의 퇴직연금 중 기업이 선택할 수 있다.
양 교수는 퇴직연금 강제화 이유와 관련해 '국민연금 납입보험료를 마냥 끌어올릴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를 댔다. 그는 "스웨덴·독일·일본 등은 우리와 똑같은 연금 문제를 겪고 있지만 일정 수준 이상 보험료를 올릴 수 없게 못 박아 놨다"며 "그러면 보장성이 약화되는 문제가 있으니 적립형 연금(퇴직연금)으로 이를 보완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퇴직연금의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국민연금공단을 퇴직연금 시장에 참여시켜 민간 운용사와 경쟁시키는 방안도 제안했다.
함께 참석한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민간자문위원)도 퇴직연금 강제화 주장에 동의했다. 그는 "(퇴직연금 강제화는) 10년 이상 오래된 논의 과정을 갖고 있다"며 "기초·국민·퇴직연금 등 '다층연금' 체계를 구축해 적정 수준의 소득대체율을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남 연구위원은 양 교수의 국민연금의 퇴직연금 시장 참여나 중도 인출 금지 등의 주장에는 거리를 뒀다.
참석한 여야 연금특위 위원들은 국민연금 보완을 위한 퇴직연금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강제화 주장은 우려했다. 개인의 재산권, 재산 처분권 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근로자 입장에서 (퇴직급여는) 내 돈처럼 쓸 수 있는 돈인데 국가가 법으로 연금화를 강제하면 굉장히 우려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며 "중장기 과제는 몰라도 단기 과제로는 어렵다"고 비판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대부분의 중위소득 이하의 노동자들은 퇴직금으로 자녀의 학자금 대출이나 주택 대출금을 갚는데 쓰신다"며 "(퇴직연금을 강제하면)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태호 민주당 의원은 "(연금화를 강제하면) 위헌 가능성도 있다"고 부연했다.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장을 맡은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제학과 교수도 당장의 퇴직연금 강제화 추진에는 선을 그었다.
김연명 교수는 "퇴직연금이 국민연금을 보완하려면 적립금이 충분해야 하는데 중산층 이하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며 "근로자를 설득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김용하 교수는 "아직은 퇴직연금을 강제하기에는 상당히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일단 국민연금제도가 제자리를 잡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제도로 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퇴직연금 제도에 대한 보완을 주장하는 의견도 있었다. 김성일 경희대 경영학과 객원교수는 "국민의 연금 관련 지식이 너무 낮은 경우가 많다"며 "우리나라는 퇴직연금 가입자 교육을 의무화한 만큼 교육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손성동 한국연금연구소 대표는 "현재 퇴직연금제도는 너무 어려워 근로자가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데 제약이 생길 수 있다"며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미시적인 차원에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연금특위는 현재 연금개혁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지난 12일부터 관련 공청회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기초연금 개혁 방안을 논의했으며 오는 26일에는 연금 수익률을 주제로 토론할 예정이다. 연금특위의 활동 시한은 이달 말까지이나 정치권에서는 여야의 정치적 이해득실을 이유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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