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책 있어도 실효 없는 전세사기 급처방

이미연 2023. 4. 1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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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내는 대책들 대부분 미봉책
대출 지원 8명·긴급주거 9명 뿐
경매유예 조치 피해방지 역부족
전문가 "정부대책 너무 소극적"
18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경인국철(서울지하철 1호선) 주안역 광장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가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최근 인천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잇따라 숨진 가운데 18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아파트 창문에 피해를 호소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전세 사기 피해 청년의 잇단 죽음행렬에 정부와 정치권이 앞다퉈 관련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발등의 불끄기식 미봉책에 그치고, 현실성 결여로 효과를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8일 '경매 일시중단 추진' 방안을 내놨다. 현행법으로는 경매를 강제 중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에 경매를 신청한 금융기관에 일시적으로 '경매 연기를 요청'하는 아이디어를 낸 것. 첫 사망자가 나온지 49일 만이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금융권과 논의 끝에 19일 전세사기 피해자의 거주 주택에 대해 금융권의 자율적 경매와 6개월 이상 매각 유예 조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단 6개월은 번 셈이다. 당장 피해자들이 집에서 쫓겨나는 상황은 막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전세사기 확산을 막을 수 없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날 이미 경매가 진행 중이었던 '건축왕' 사기 피해자의 집이 낙찰됐다. 세입자가 집을 비워줘야 하는 사례가 바로 나온 것이다. 이날 직접 인천지법 경매법정에 갔던 피해자 조씨는 "이번에 유찰돼 최저가가 낮아지면 다음번에는 직접 경매에 참여해 보려고 했는데 물거품이 됐다"며 "이렇게 빨리 낙찰될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2월에 '전세사기 대책'으로 내놨던 방안들이 있지만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많다. '연 1~2%대 저리 대출'과 긴급주거지원, 소액임차인 기준 상향 등이다. 하지만 전세보증금이 3억원 이하인 경우 가구당 2억4000만원을 지원해주고, 연 소득이 7000만원 이하여야 한다는 소득 요건이 있다. 기존 대출도 버겨운 데 또다시 대출을 받아야한다는 부담 등으로 이 지원책을 활용한 피해자는 단 8명에 그쳤다.

살던 집이 경매로 매각돼 집을 비워줘야하는 피해자를 위해 마련된 긴급주거 임대주택 입주자도 9명에 불과했다. 대부분 원룸이었던데다가 도심과의 거리가 너무 떨어졌고 대항력을 유지하기 위해 피해자들이 섣불리 이사를 할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2월 대책 발표 당시 소액 임차인의 기준과 변제 금액도 상향 조정됐다. 보증금 기준으로 서울은 1억 6500만원, 광역시는 8500만원 이하인 세입자들이 우선 변제 대상이 된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이 기준에서 100만원이라도 넘어간다면 최우선변제금을 한푼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터라 상향된 기준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이들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정부는 기존 전셋집에 계속 거주해야 하는 피해자들 대상으로 기존 대출을 연 1~2%의 낮은 금리로 바꿔주는 대환대출을 출시하겠다고 했지만, 오는 24일에야 첫 상품이 나오게 된다. 대책 발표 후 2달 간 '희망고문'이 이어졌다.

전세사기대책위는 피해주택의 공공매입과 실효성 있는 피해구제 등을 골자로 한 '깡통전세 특별법' 제정과 전세보증금 규제를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전세대출·보증보험 관리 감독 강화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도 앞다퉈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부의 엉성한 대처가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벼랑으로 몰고 있다"고 비판하며 "경매 일시 중단 조치도 필요하나 '선(先)지원 후(後)구상권 청구', 피해자 구제 특별법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이 지역구인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임대인 전세 반환보증 확대 및 강제화 ▲주택담보대출 시행 시 정밀 평가 의무화 ▲전세 사기 관련자 가중 처벌 ▲피해 아파트·빌라 공공 매입 등을 방안으로 제시하며 "실효성 있는 전세사기 특별법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고준석 제이에듀 투자자문 대표는 "정부가 새로 내놓은 예방책도 너무 소극적이다. 전세상한, 감정평가제, 선순위채권을 보유한 주택 전세 금지 등 임대차보호법 개정만으로 가능한 부분을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다"며 "특히 선순위 채권 보유주택 전세금지가 중요한데, 3억원 시세에 3000만원 대출만 있어도 임차인이 대항력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법으로는 급격한 시세 변동이나 임대인의 악용 등으로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미연·김남석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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