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돈 좀 만져볼까”...고래싸움에 신난 이 나라 투자자

원호섭 기자(wonc@mk.co.kr) 2023. 4. 1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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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ETF 美中갈등 반사이익
올 베트남 11% 인도 12% 올라
멕시코는 미국 인접국 수혜 기대
높은 단기 변동성은 주의할 필요
윤석열 대통령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발리 누사두아 컨벤션센터(BNDCC)에서 열린 한국-인도네시아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아르자드 라지드 인도네시아 상공회의소 회장으로 부터 10건에 대한 양해각서 체결 결과 발표를 듣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미·중 무역분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등으로 전 세계 공급망 재편이 이어지면서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신흥국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중국에 인접한 베트남과 자원 부국 인도네시아, 중국을 제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보유한 인도, 미국의 인접국 멕시코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올해 들어 해당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 수익률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투자업계에서는 공급망 재편이 가져올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베트남에 투자하는 ‘ACE 베트남VN30(합성)’ 상장지수펀드(ETF)가 수익률 11%를 기록했다. 멕시코에 투자하는 ‘ACE 멕시코MSCI(합성)’ ETF의 수익률은 26%, ‘ACE 인도네시아MSCI(합성)’ ETF는 12%대를 이어가고 있다. 인도의 경우 ‘TIGER 인도니프티50레버리지(합성)’ ETF가 12%의 수익률을 보였다. 인기에 힘입어 최근에는 ‘KOSEF 인도Nifty50(합성)’ ETF와 ‘TIGER 인도니프티50’ ETF등이 상장되기도 했다. 인도의 경우 연초 미국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에 따른 인도 최대 기업 아다니의 주가 하락이 영향을 미쳤다. 최근 한 달 KOSEF 인도Nifty50(합성) 수익률은 4.2%로 상승세로 접어들었다.

해당 국가에는 ETF 외에 공모펀드로도 투자가 가능하다.

‘한국투자차이나베트남증권투자신탁 1(주식)(A)’과 ‘미래에셋베트남&차이나 1(주식)종류A’, ‘피델리티인디아증권자투자신탁(주식)종류A’ 등이 대표적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ACE 인도네시아MSCI(합성) ETF 외에 NH아문디자산운용의 공모펀드 ‘인도네시아 포커스 증권투자신탁’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라틴 아메리카에 투자하는 ETF와 공모펀드는 있지만 멕시코에만 투자하는 공모펀드는 아직 국내에 없다.

김찬영 한국투자신탁운용 디지털ETF마케팅본부장은 “미·중 무역 갈등이 지속되며 미국의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신흥 국가들이 주목받고 있다”며 “미국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정점을 기록하면 달러 약세 전환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신흥국 통화 흐름에도 우호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베트남은 2021년 코로나19 여파로 경제성장률이 -2%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8.02%를 보이며 12년만에 가장 높은 성장세를 이뤘다. 지난해 애플과 폭스콘, 레고, 코카콜라 등의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기기도 했다.

베트남이 저렴한 노동력을 기반으로 한 생산기지로서 부상하고 있다면 인도는 뛰어난 IT인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IT 기업들의 각축장으로 탈바꿈했다. 최근 3년, 인도의 외국인직접투자(FDI)의 3분의 2가 전자제품 생산이었을 정도다. 최근 LG전자와 애플, 구글 등의 기업들이 인도의 생산 설비 증설을 발표하기도 했다. UN에 따르면 인도의 인구는 14억2578만명으로 중국을 제치고 세계 인구수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인도는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부문에서 영국을 제치고 세계 5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중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이라는 계획에 따라 ‘쿼드 협의체(미국 일본 호주 인도)’가 구성됐는데, 이 중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국가는 사실상 인도가 유일한 것이 현실이다.

인도네시아는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니켈을 비롯해 천연가스, 석탄, 팜유 등의 풍부한 자원을 기반으로 중국의 빈자리를 노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CATL 등 이차전지 제조 기업들의 대규모 설비투자는 물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등 가전기기 생산도 최근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멕시코는 미국의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미국과 인접해 있는 멕시코의 ‘니어쇼어링(Nearshoring·인접국가로 생산시설 이동)’ 반사효과 수혜가 기대되는 국가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신냉전 시대에 진영 간의 경제 블록화, 디커플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중간 지대에 있는 멕시코의 글로벌 제조 거점으로서의 가치는 보다 부각될 것”이라며 “다만 멕시코는 높은 범죄율과 부패 문제, 정부의 규제 정책 기조 불확실성 등이 한계점으로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흥국 펀드의 경우 단기간 변동성이 높게 나타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선진국 대비 경제 펀더먼털이 탄탄하지 않고 금융시장 규모도 작은 만큼 외부의 충격에 쉽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VNI 지수의 경우 지난해 32%가 하락했는데 5~8월 사이 8%, 11월 한 달 새 12% 급등하는 등 단기적으로는 큰 변동 폭을 보였다. 인도 선섹스 지수 역시 지난해 6~8월 약 17%, 12월 -5% 등 등락 폭이 상당히 컸다. 김찬영 본부장은 “단기적인 달러 약세 추세 속에서 신흥국 주식시장이 양호한 상태”라며 “다만, 여전히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살아있는 만큼 안전자산 선호 심리 심화, 미국 달러 강세 추세 시 신흥국 선호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신흥국 투자의 경우 단기간 수익을 노리기보다는 장기 투자로 접근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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