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 김일성에 이용당해"…與 태영호 잇단 극우발언, 왜?
잇단 극우성향의 발언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에 대해 당 지도부가 활동 자제를 요청했다. 청년·중도층 민심과 멀어져 지지율이 답보하는 상황에서 김재원 최고위원이 일으킨 설화(舌禍)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국민의힘에게 자칫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단 우려에서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18일) 태 최고위원과 만나 대외활동 자제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태 최고위원이 인터뷰나 라디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내놓는 발언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김 대표가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경고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태 최고위원은 전날 공개된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KBS '역사저널 그날'이란 프로그램에서 이승만 대통령은 통일정부 수립을 반대하고 김구 선생은 마지막까지 통일정부 수립을 위해 노력하다 암살됐단 식으로 역사를 다루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라며 "북한의 대남 전략전술을 아는 사람 입장에서 봤을 땐 김구 선생이 김일성의 통일전선 전략에 당한 것이다. 김일성은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막고 공산정권을 세우기 위해 김구 선생을 이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해방 후 분단을 반대한 김구 선생이 통일정부 수립을 꾀하는 과정에서 김일성에 이용 당하며 대한민국 건국에 위험요소가 될 수 있었단 해석이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함께 최고 명예훈장인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에 서훈되며 항일·반공의 상징으로 알려진 김구 선생에 대한 기존 통념과 배치되는 주장이다. 태 최고위원은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제주 4.3 사건이 김일성의 지시로 촉발됐다는 주장을 펼쳐 논란을 사기도 했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지난해 백범 김구 선생 서거 73주기 때 우리 국민의힘은 수석대변인 논평으로 '김구 선생은 한반도가 남북으로 갈라지는 것을 막으려 생을 마칠 때까지 통일을 위해 노력했다. 김구 선생의 뜻을 이어받겠다'고 당의 공식입장을 밝혔다"며 "(태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역사와 정통성마저 부정하겠다는 것인가"라고 적었다.
기존 역사인식을 비트는 태 최고위원의 발언은 그가 지금껏 받아온 역사교육과 어느정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태 최고위원의 역사관이 반김일성주의와 맞물리면서 이런 발언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신철 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장(성균관대 교수)는 "(태 최고위원이) 북한에서 교육을 받았는데 김일성을 중심으로 (김구라는 인물을 격하하는) 해석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태 최고위원의 발언은 소위 뉴라이트 계열에서 주장하는 것으로 김구 선생이 통일을 위해 협상을 했다는 자체를 격하하는 것"이라며 "정치가 협상과 대화를 통해 만들어가는 것이고, 그런 점에서 김구의 회담 성사 자체는 의미가 있는 결단인데 남북 역사인식 자체를 대립적 측면에서만 바라봐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이런 역사인식은) 한국사회를 갈라치기 하고 이데올로기적으로도 과거퇴행적"이라며 "당장은 지지율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반통일적인 해석은 옳지 않다"고 했다.
태 최고위원에 앞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게재를 두고 "그건 불가능하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킨 김재원 최고위원 등 다소 극우적 성향으로 비춰질 수 있는 지도부의 이같은 발언은 어느정도 예견돼 있었다는 시각도 있다. 정치평론가인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기보다는 가려져 있던 보수우익 신념이 드러나는 것"이라며 "당원 100% 방식으로 선출된 국민의힘 지도부 성향이 민심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문제는 (태 최고위원이) 집권여당이고 대중정당의 지도부라는 것이다. 마치 국민의힘의 인식이 모두 그런 것처럼 포장될 수 있다"며 "그러다보니 여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태 최고위원의 발언과 관련해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는 국민의힘에 엄중한 문책과 김구선생 왜곡을 방지하는 조치를 해달라는 내용의 항의서한을 보냈다. 협회 측은 "태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경악과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며 "태 최고위원의 역사인식은 대한민국 역사학자들을 모욕할 뿐 아니라 대한민국 역사교육도 부정하는 발언"이라고 했다.
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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