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애널리스트로 변신한 `車 덕후`… "3~5년내 수소차 시장 열릴겁니다"
완성차 실무경험 덕 증권사 와서 리서치에 두각 나타내
차별화된 리포트로 주목… "한국의 캐시우드 될 것"
'자동차 전문가' 한투운용 남경문 리서치부장
남경문(48·사진) 한국투자신탁운용 리서치부장은 업계에서 손꼽히는 '자동차 전문가'다. 올해로 꼭 20년째 자동차 산업을 들여다 봤다. 자동차 산업에는 유난히 '덕후'가 많다. 어설프게 아는 척을 했다가 망신을 당하기 일쑤다.
남 부장이 자동차 산업에 처음 발을 디디게 된 건 생각보다 사소한 이유에서였다. 초등학교 고학년 올라가던 무렵 그의 집에는 당시 시골에선 드물게도 자가용이 있었다. 자동차를 타고 가족이 함께 여기저기 다니는 게 마치 천국과 같았다. "기회가 되면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도 그 무렵"이라며 남 부장은 웃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을 전공한 그는 합격 통지서를 받았던 증권사들을 제쳐두고 2003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했다. 원가관리 부서에서 2년간 실무를 쌓은 후 한화증권 리서치 연구원으로 적을 옮긴 그는 현대차에서의 경험을 유용하게 활용했다. 당시 대형 섹터 연구원들은 대부분 30대 후반의 선배들이었지만, 완성차 업체에서 출시를 앞둔 차들에 대한 원가관리와 미래 수익성을 계산하는 일을 실무로 하고 온 경험 덕분에 막내 애널리스트 시절부터 선배들과 함께 어깨를 겨눌 수 있었다. "현대차에서 2년 후 회사가 어떻게 돼있어야 한다든지, 차종별로 얼마의 수익이 나야한다든지, 미국 공장 진출의 수익성 관리가 어떻게 돼야한다든지 하는 것들을 하던 팀이었기 때문에 리서치에도 도움이 많이 됐다"고 회상했다.
이후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 KTB증권(현 다올투자증권) 코어비즈리서치팀, 동양증권 기업분석팀에서 꾸준히 자동차 산업 애널리스트로 지내면서 산업의 등락을 지켜보다 보니 오랜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통찰도 생겼다.
그는 "어떤 완성차 업체가 글로벌하게 이런 상황에서는 점유율이 오르고 수익도 잘 나오고, 반대로 이런 경우에선 수입이 내리막이더라 하는 이해도가 많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보니 타사 연구원들과는 정반대 시각의 리포트를 내 주목받은 때도 있다. 리서치 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은 2005년 실적 개선 기대감에 현대차 주가가 급등하며 10만원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모든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제2의 도요타'가 나온다며 목표주가를 상향할 때 그는 '홀드(HOLD·유지)' 리포트를 썼고, 실제로 주가는 거품이 빠지며 급락했다. 직접적인 표현을 꺼리는 한국의 증권사 리포트에서 '홀드'는 사실상 매도 의견에 가깝다. 현대차와는 잠깐 불편한(?) 사이가 됐지만 이 리포트를 계기로 적지 않은 고객들을 확보하게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9년에는 현대차의 가동률이 급락하는 상황이었지만 홀로 '스트롱 바이(STRONG BUY, 적극 매수)' 리포트를 썼다. 대부분 완성차 회사들이 설비 투자를 늘린 상태에서 금융위기가 터져 어려운 때였다. 그는 "당시 현대차에서 나온 차들을 보면 경쟁력 있는 차종들이 많았는데, 금융위기 과정에서 경쟁자들이 무너질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떠올렸다. 실제로 현대차는 당시 높은 원·달러 환율을 등에 힘입어 가동률을 60%에서 120%로 두배 이상 높이면서 엄청난 이익을 냈다.
인터뷰 당일인 지난 18일 발표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수혜 차종 목록에서 현대차와 기아가 빠진다는 뉴스에 대해서도 물었다. 남 부장은 "2024년 하반기 미국 공장이 완공되고 나면 문제가 없고, 그때까지 어떻게 버티느냐가 관건"이라면서 "한국에서 생산하면 규모의 경제 면에서도 더 수월하고 게다가 지금 환율도 도와주고 있다"고 답변했다. 미 연방정부의 보조금 없이도 시장 점유율이나 경쟁력 측면에서 크게 밀리지 않을거란 분석이다.
자동차 산업의 미래에 대해 남 부장은 "100년동안 내연기관이었던 자동차가 전기기관으로 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또 탈락자와 신규 강자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또 "전기가 생각만큼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건 말을 안할 뿐 공공연한 사실"이라면서 "전기차가 의외로 빨리 보급되면서 수소차 진입 시점이 늦춰졌지만, 수소차 시대로 가긴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3~5년 내로 수소차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또 산업 자체가 전통적인 제조·판매에서 벗어나 다양한 구독 서비스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아이들 학습지 구독하면 학습용 태블릿을 공짜로 주잖아요, 그런 것처럼 자동차 자체는 플랫폼이 되고 이제 라이프 사이클 동안 보험료, 시스템 업그레이드, 슈퍼차저 등 부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새로운 이익모델을 만들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10여명의 주식리서치 팀원을 이끄는 부서장을 맡고 있다. 그가 지난 2021년 5월부터 직접 운용하고 있는 'ACE 친환경자동차밸류체인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50%에 달한다. 운용 규모로는 업계 1, 2위를 다투고 있는 타 대형 운용사의 비슷한 상품과 비교해도 월등한 수익률이다.
남 부장은 "올해 소재와 부품주가 오를 것으로 생각하고 미리 담긴 했는데 예상보다도 탄력성이 컸고, IRA까지 맞물리면서 수익이 잘 나오고 있다"며 "현재 소재주 중에서도 오래 갈 종목이 어떤 것인가, 그리고 소재주 다음 테마는 무엇인가 하는 고민을 매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완성차 종목 비중을 늘리고, 향후에는 성장이 가시화되는 수소 경제 관련 종목도 편입할 예정이다.
'친환경 자동차 밸류체인' 관련 상품을 담아 운용하는 상품답게 벤치마크(BM) 스크리닝 단계에서 2차전지와 전기차 관련 종목을 비롯해 수소 관련 부품, 수소 운송 등 수소 관련 종목까지 포함해 살펴본다.
그는 "한투운용 주식리서치부는 규모가 크고 애널리스트들의 경력도 긴 편이라 경쟁력이 확실하다"며 "최종 목표는 '한국의 캐시우드'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캐시우드는 한국에서 '돈나무 언니'로도 잘 알려져 있는 미국 아크인베스트먼트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다. 아크인베스트는 미국의 대표적 액티브 ETF 운용사이기도 하다. 남 부장은 "외국 운용사들을 보면 리서치가 크고 그 분석에 기반한 운영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한투운용에서 그런 스타일의 조직을 꾸려 테마형 상품들을 운용해보고 싶다"면서 "개인적으로는 나중에 기회가 될 경우 행동주의 펀드를 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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