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계는 자국기업 키우는데...ADD, 입찰에 미국 특정업체 지목

이준기 2023. 4. 1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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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과학연구소(ADD)가 최근 항공기 엔진시험용 시스템 관련 긴급 입찰을 진행하면서 참가 자격을 미국 특정 업체의 솔루션 인증서 보유 기업으로 제한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ADD 관계자는 이와 관련한 "참가자격을 제한한 것은 이미 구축된 시스템이 미국 업체의 솔루션이고, 시스템 중 일부를 새로 교체하는 입찰이기에 데이터의 안정성과 호환성 확보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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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과학연구소 전경
ADD가 특정 기업을 못박아서 낸 '엔진시험용 자료획득시스템 제작' 긴급입찰 공고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최근 항공기 엔진시험용 시스템 관련 긴급 입찰을 진행하면서 참가 자격을 미국 특정 업체의 솔루션 인증서 보유 기업으로 제한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이 기업 솔루션을 도입하겠다고 못박음으로써 국내 IT기업의 입찰 참여를 막은 것이다. 미국 등 주요 국들이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펴면서 자국 기업과 기술을 노골적으로 키워주는 것과 반대되는 행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ADD는 지난 11일 '엔진시험용 자료획득시스템 제작' 긴급입찰을 공고했다. 계약규모는 95억원이고 입찰마감은 21일이다.

ADD가 충남 해미 항공시험장에서 운영하는 엔진시험실에 설치된 엔진시험용 자료획득시스템 장비와 모듈, 부속품 등을 제작·구매하는 사업이다. 자료획득시스템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시스템(DAS)과 설비제어시스템으로 구성된다. ADD는 엔진시험실 시험부, 계측장비실, 제어계측실에 시스템을 구축하고 항공기 엔진시험을 한다. ADD는기존에 구축한 시스템 중 노후화된 일부를 교체하기 위해 입찰을 진행했다.

그러면서 긴급입찰 공고에 미국 회사 VTI의 솔루션 정비와 수리 기술을 보유한 업체 또는 기관으로 입찰참가 자격을 제한했다. ADD가 못박은 VTI는 현재 엔진시험실에 구축된 솔루션을 공급한 곳으로, ADD는 이 회사의 DAQ(데이터수집솔루션) 공식 서비스센터의 인증서를 증빙서류로 제출토록 했다. 또한 긴급입찰을 이유로 입찰 공고기간을 통상 2주일이 아닌 10일로 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VTI 공식 서비스 자격을 갖춘 기업은 2개 기업뿐이다. ADD는 제안요청서 사전공개 시에는 참가 자격 제한조건을 명시하지 않다가 본 공고를 하면서 입찰공고에 관련 사실을 명기했다. 오랜 기간 사업을 준비해온 국내 기업들은 입찰공고 내용을 보고서야 이를 파악했다.

ADD가 제한 입찰을 하면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국내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기업들은 미국 업체의 인증서가 없다는 이유로 입찰 참가 기회조차 얻지 못하게 됐다.

입찰참여를 준비해온 A사 관계자는 "이 사업을 1년간 준비해 왔고 사전공개 된 제안요청서를 보고 막바지 작업을 했는데 본 공고를 보고서야 참가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세계 각국이 자체 국방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자국 기업 키우기에 힘쓰는데 국가 연구소가 자국 기업에 참가 자격조차 주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성공적인 과업 수행을 위해선 데이터베이스 관련 사업 실적과 기술력, 전문인력 보유현황 등을 총체적으로 판단한 뒤 수행 업체를 선정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했다. 이 관계자는 "ADD의 입찰참가 자격 제한은 일반적인 입찰조건이나 요구사항 등과 다르고, 상식에도 어긋난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ADD 관계자는 이와 관련한 "참가자격을 제한한 것은 이미 구축된 시스템이 미국 업체의 솔루션이고, 시스템 중 일부를 새로 교체하는 입찰이기에 데이터의 안정성과 호환성 확보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계약법 시행령에서 특수한 설비 또는 기술이 요구되는 물품 제조계약의 경우 설비나 기술 보유상황과 제조실적에 따라 입찰 참가 제한을 둘 수 있도록 한 규정을 적용해 자격제한을 뒀다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엔진 특성상 데이터 오류가 생기면 커다란 경제적·물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최고 성능보다는 전 세계적으로 성능이 입증된 안정성, 현재 구축된 시스템과 호환성이 있는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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