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홍보 부족에… 점자판결문 이용 2년간 8건

법원, 재판 오디오 파일 등 제공
“민원실도 잘 몰라”… 이용률 낮아
수어 통역·보청기 등도 지원 저조

소송 당사자이지만 재판 증거자료와 판결문 등 관련 기록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김준형(31)씨는 2015년부터 시각장애인의 권리 구제를 위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김씨는 소송 관련 자료를 한 번도 직접 읽어보지 못했다. 전맹 시각장애인인 그는 점자나 화면 낭독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형태의 파일로 제공된 문서만 읽을 수 있다. 변호사가 내용을 설명해주긴 하지만, 소송 당사자로서 내용을 직접 읽지 못해 답답할 때가 많다. 김씨는 “상대방이 보낸 항소문의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김씨는 최근에서야 법원에서 장애인 사법지원 서비스를 운영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그는 변호사를 통해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에 1심 판결문을 시각장애인이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받을 수 있는지 문의했다. 김씨는 “민원실에서 일단 신청은 받아주면서도 관련 절차를 하나도 모르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법원은 2020년 10월부터 김씨와 같은 시각장애인에게 판결문 등을 점자 문서·파일이나 데이지 파일(오디오 형식으로 들을 수 있도록 인쇄자료를 스캔해 원본 그대로 편집한 디지털 전자파일 자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 이용률은 저조하다. 2년 넘게 운영되는 동안 실제 지원이 이뤄진 건 8건뿐이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20년 11월에 조정조서 점자인쇄물 1건, 2021년 4월 점자 판결문 3건, 2021년 9월 점자 판결문 1건, 2022년 7월 점자 판결문 2건, 2023년 1월 친족후견인을 위한 후견가이드 전자점자파일과 데이지 파일 신청이 접수됐다.

소송 당사자인 장애인이 신청하면 장애 유형에 따라 수어통역, 보청기, 점자 문서 등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각급 법원에서 제공하게 돼 있지만, 법원 안팎의 홍보 부족으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청각장애인이 수어통역사 배치가 안 돼서 당일 재판을 진행 못 한 경우도 있었다”며 ”재판부가 이 서비스를 먼저 안내하고, 민원인실에서도 이 서비스의 절차를 알고 있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유경민 기자 yook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