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자국 이기주의 맞서 한국형 이니셔티브 정립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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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주의에 기반한 전통적인 자유무역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파이낸셜뉴스가 개최한 서울국제금융포럼 축사에서 "자유무역 체제가 글로벌 블록화로 위협받고 있다"면서 체제 복원을 위한 국제적 연대를 강조한 것도 맥락을 같이한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미·중 무역전쟁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가 자유무역 체제를 위협한다고 경고한다.
국가별 무역장벽과 보조금 지급이 정상적인 것처럼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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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기본법등 선대응해야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으로선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경제 분절화가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경제 강대국의 질서에 무작정 따라가다간 심각한 국익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글로벌 경제 분절화에 대한 우리만의 이정표 설정이 요구된다.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명예이사장은 미·중 패권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양국에 휘둘리지 않는 '조건부 경쟁공조'를 제안했다. 한발 더 나아가 한국이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다른 중견국들과 함께 글로벌 리더십 격차를 메우는 리더 역할을 하라고 주문했다.
경제 분절화에 제대로 맞서려면 대외환경에 적극 대응하는 동시에 거침없는 내부 제도 혁신을 단행해야 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언급한 주요국과의 양자 협력 네트워크 강화와 신흥국과의 새로운 통상협정 및 다자협력 네트워크 확장은 시의적절한 외부 대응책이다. 그러나 경제 분절화 대응법안을 둘러썬 우리 국회의 대처는 거북이걸음이어서 국민은 속이 새까맣게 탄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 10월 발의된 공급망 기본법(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이다. 이 법안은 중국이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산업에 반드시 필요한 희토류 공급을 자국 입맛에 따라 쥐락펴락하는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자 마련됐다. 코로나19 기간에 중국발 요소수 부족 사태가 한국 내 물류마비까지 타격을 줬을 만큼 핵심자원의 공급망 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 법안도 희토류 등 핵심 광물 공급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발의 후 6개월이 지났는데도 국회에서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공급망안정화위원회 총괄 여부와 공급망안정화기금의 별도 조성에 대한 적합성을 놓고 여야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서다. 미국·유럽연합(EU)·일본은 탈중국을 목표로 한 광물 공급망 구축에 초당적으로 협의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중국의 희토류 공급권에 발목이 잡힌 우리의 국회는 발 빠른 대응은커녕 늑장심사로 일관하고 있다.
경제 분절화 파고를 넘기 위해 다른 국가들과 제아무리 협력을 많이 해봤자 국내에서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용없다. 경제 분절화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법안은 공급망 기본법 외에 더 있을 것이다. 다른 정책은 일단 접어두더라도 공급망 기본법만이라도 하루빨리 시행되도록 국회는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국회가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면 국내 산업 경쟁력은 자연도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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