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스트리트] 스타트업 자금줄 뚫어준 비밀번호 "P·M·1"(Profit·Major client·업계 1위)'

이덕연 기자 2023. 4. 19.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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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 혹한기속 투자 유치 비결은
파이온코퍼레이션 '매출 창출·대형 고객사 확보 능력' 고평가
버드뷰, 뷰티서 10년간 선두···"비즈니스 모델 작동여부도 중요"
[서울경제]

#지난해 유력 벤처캐피털(VC)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은 인력(HR) 관리 플랫폼 운영사 A사는 최근 후속 투자를 물색하고 있지만 좀처럼 찾지 투자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금리 상승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부터 VC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은 탓에 선뜻 투자를 결정하는 VC들이 없어서다. 대형 VC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이력이 있는 유명 자기 관리 앱 운영사 B사도 지난해 말까지 유치하기로 했던 투자가 완료되지 않아 자금 사정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최근 발표한 정부 공식 통계에서 올 1분기 스타트업 투자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0.3% 감소한했을 정도로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하지만 이런 한파 속에서도 당당히 투자 유치에 성공해 자금 조달을 마친 기업들도 있다. 서울경제신문은 벤처 투자가 얼어붙기 시작한 지난해 중순부터 이달까지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들 중 B2B(기업 대 기업) 사업을 영위하는 2개 사(파이온코퍼레이션·빅밸류), B2C(기업 대 소비자) 사업을 하는 2개 사(버드뷰·아티웰스)의 사업 구조를 VC 투자심사역들과 함께 심층 분석했다. 그 결과 투자유치에 성공한 4개 사는 △매출 창출 능력(Profit) △대형 고객사(Major client) △업계 1위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고객 확보가 필수

이달 105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딜을 마친 파이온코퍼레이션의 정범진 대표는 투자 유치의 핵심 요인으로 “대형 고객사 확보, 사업 구조의 매출 창출 능력과 확장성을 높게 평가 받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파이온코퍼레이션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패션·뷰티 브랜드 등의 온라인 광고를 자동 제작하는 서비스 ‘브이캣’을 운영한다. 투자유치에 나섰을 당시 주요 고객사로 네이버·롯데온·카페24를 이미 확보하고 있었다. 정 대표는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술 경쟁력과 매출 창출 능력을 비교적 쉽게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이달 한국평가데이터(KoDATA)·야놀자클라우드·KT에스테이트로부터 투자를 받은 AI 기반 공간 데이터 분석 기업 빅밸류 역시 이미 확보해 놓은 대형 고객사가 있었다. 빅밸류는 신한은행·하나은행 등 대형 금융 기관들이 고객사다. 이들은 빅밸류가 자동으로 산출한 시세를 바탕으로 빌라 등 비정형 공간의 담보 가치를 측정해 대출을 집행한다. 이래형 KoDATA 전략팀장은 “시장에서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빅데이터 기술력이 대형 금융 기관을 통해 입증됐다고 봤다”며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확장성에도 주목했다”고 전했다.

◇B2C 사업은 ‘업계 1위’가 유리

최근 PS얼라이언스를 통해 200억 원 규모의 프리 IPO 투자를 받은 버드뷰의 이웅 대표는 “뷰티 영역에서 모바일 플랫폼으로서 10년 동안 1위를 한 점이 투자 유치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밝혔다. 버드뷰는 모바일 뷰티 플랫폼 ‘화해’를 통해 뷰티 이커머스·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투자를 집행한 박종민 PS얼라이언스 투자심사역 역시 “오프라인 뷰티 시장은 올리브영이 장악하고 있지만 온라인 뷰티 시장은 절대 강자가 없다"며 “뷰티 커뮤니티 플랫폼으로서 장기간 1위에 올라선 경쟁력을 바탕으로 화해 사업 모델이 확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6월 KB증권·SJ투자파트너스·가비아 등으로부터 21억 원 규모의 시리즈A 브릿지 투자를 받은 아티웰스의 이선구 대표도 ‘업계 1위’를 강조했다. 아티웰스는 AI 로직을 기반으로 부동산 세금 및 연금 최적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 ‘셀리몬’을 운영한다. 이 대표는 “셀리몬이 세금·연금 계산 솔루션 분야에서 공고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점과 KB국민은행 등 대형 금융기관에 솔루션을 유료로 제공하고 있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투자를 집행한 김상민 SJ투자파트너스 투자심사역은 “공고한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꾸준하게 매출을 발생시킨 점을 주요하게 봤다”며 “추후 공인중개사의 협업을 통해 사업 확장을 하려는 비전 또한 높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수익 모델이 실제로 작동해야

버드뷰에 투자를 결정한 박 투자심사역은 “모바일 버티컬 플랫폼으로서의 경쟁력, 데이터 수집·정제 능력을 비롯해 과거 영업이익을 냈다는 점을 주요하게 고려했다”며 “추후 투자를 집행할 때도 매출·영업이익 창출 능력은 주요하게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BM)의 실현 가능성 뿐만 아니라 실제 BM의 작동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됐다는 설명이다. 버드뷰는 지난해 인력 투자가 늘며 소폭 적자를 기록했지만,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에도 흑자를 달성하는 등 매출·영업이익 창출 능력을 꾸준히 입증해왔다. 주요 수익원은 이커머스 사업을 통한 판매 수수료와 커뮤니티 사업을 통한 광고 수익이다.

파이온코퍼레이션의 브이캣은 완전한 자동화를 통해 저비용으로 브랜드·제품 광고를 단시간에 수십 개 만들어낼 수 있다. AI를 기반으로 영상을 자동 제작할 수 있는 서비스는 여럿 있지만 브이캣의 서비스가 실제로 매출과 수익 창출에 적합한 기술이다. 이 회사에 투자를 결정한 최우석 KT인베스트먼트 투자심사역은 “최근 광고 시장은 기본적인 광고 콘셉트를 잡아놓고 광고를 여러 개 만들어놓은 뒤 소비자 반응이 좋은 광고를 집중 집행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브이캣 서비스는 이 같은 시장 흐름에 정확히 부합하는 측면이 있었다”고 투자 이유를 설명했다.

이덕연 기자 grav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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