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조 보조금 손짓에도… 삼성·SK하이닉스, 유럽행 '신중' [유럽판 칩스법 통과]

김준석 2023. 4. 1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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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EU 반도체법(EU Chips Act)' 최종안을 확정하면서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들이 반도체산업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칩워(반도체 전쟁)'에 참전했다.

이번 법안이 당장 유럽 투자계획이 없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에 미칠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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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62조 투입' 반도체법 합의
점유율 9%서 20%로 확대 목표
장기적으로 경쟁 심화될 가능성
국내기업에 직접적인 영향 적어
인텔·TSMC는 독일에 공장 건설
유럽연합(EU)이 'EU 반도체법(EU Chips Act)' 최종안을 확정하면서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들이 반도체산업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칩워(반도체 전쟁)'에 참전했다. 이번 법안이 당장 유럽 투자계획이 없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에 미칠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경쟁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중장기 유럽 투자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앞서 삼성전자의 라이벌인 인텔과 TSMC는 유럽 진출을 공식화하며 신공장 건설에 나섰다.

■인텔·TSMC, '車왕국' 독일행

EU 집행위원회는 18일(현지시간) 430억유로(약 62조원) 규모의 보조금 및 투자를 통해 전 세계 반도체 생산시장 점유율을 기존 9%에서 20%로 확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EU 반도체법이 3자협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유럽지역은 반도체 생산능력은 부족하지만 그 대신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생산해 '슈퍼 을'로 불리는 네덜란드 ASML을 비롯,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또 유럽은 독일을 비롯해 자동차 강국들이 위치해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높은 지역이다.

이 때문에 '반도체 빅3'인 TSMC·인텔·삼성 중 인텔이 가장 먼저 유럽지역 투자계획을 밝혔다. 인텔은 지난 3월 유럽에 10년 동안 800억유로(약 115조7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하고 독일 마그데부르크 공장 건설계획을 공개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최강자인 TSMC도 독일 공장 건설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TSMC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 "TSMC가 올여름 독일 드레스덴 공장 건설과 관련된 최종결정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른 대만 매체들도 "TSMC와 드레스덴주 정부 간의 논의가 막바지 단계에 이르고 있으며, 각종 금융·세제·노동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드레스덴은 독일 인피니온과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의 거점이다. 이 때문에 TSMC의 드레스덴 공장은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SK, 유럽행 가능성 낮아"

EU 차원의 각종 보조금 혜택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유럽에 생산기지를 마련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산업 특성상 소비지역과 생산지역이 일치했을 때의 이점이 없다"면서 "EU가 세제혜택 등을 내놓았으나 삼성전자의 경우 300조원의 국내 투자를 발표한 상황이라 당분간은 미국 이외의 해외공장을 추가로 건설할 여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주력제품은 메모리반도체 선단공정"이라면서 "유럽지역 반도체 생태계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적다"고 밝혔다. 다만 경 부연구위원은 "향후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의 성장 속도와 관련 기업들의 다양화 등은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생산시설로서 유럽지역의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반도체 공정을 위해서는 숙련된 인적자원들이 필요한데 유럽에는 그런 인재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EU 반도체법의 세부사항이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조금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반도체지원법도 처음엔 527억달러(약 69조원)의 재정지원 등 내용이 담겨 업계가 환영했다"면서 "점점 기업 기밀정보 요청이나 초과이득 환수, 중국 등 비우호국에서의 사업 제한 등이 구체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난처해진 것을 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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