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한미 정상회담, 지지율 터닝포인트 되려면

박석원 2023. 4. 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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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순방 리스크’ 관성 끊어내야
한미동맹 띄우되, 도청 해명받아야
귀국 후 야당에 성과 설명해야 완결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프놈펜=연합뉴스

해외순방만 나서면 악재가 반복되는 징크스를 깰 수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내주 26일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12년 만에 성사된 미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있다. 대통령이 국외 정상외교를 계기로 지지도가 상승했던 전례는 현 정부 들어 완전히 어긋났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지지율 최저치(24%·한국갤럽 기준)를 기록한 작년 9월엔 미 유엔총회 참석과 ‘비속어 발언 논란’이 있었고, 지난주 27%로 6개월 사이 최저점을 찍은 것도 한일 정상회담에 따른 부정적 여론이 결정적이었다. 내각책임제나 이원집정부제에서도 내치를 맡는 총리와 구별되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 외교·국방이다. 말 한마디에 국가생존이 걸린 중압감을 느껴야 한다. 그래서 임기 초반 대통령이 해외에서 국익을 걸고 외치에 몰두하는 모습은 국민에게 높은 평가를 받아야만 한다.

윤 대통령이 해외방문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면 과거의 실책을 철저히 되짚는 게 우선일 것이다. 지난해 9월 뉴욕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연달아 만났지만 야당은 ‘빈손·비굴외교, 막말사고’로 맹비난했다. 정상회담을 위해 기시다가 있는 곳까지 직접 찾아가 만난 것은 ‘굴욕’으로, 바이든과의 ‘48초 스탠딩 정상회담’은 희화화됐다.

최근엔 미국의 도청 의혹이나 일본의 독도 주장에 이르기까지 대미·대일 굴종적 프레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제징용 해법과 한일회담은 사회적 합의가 배제된 독단적 결정으로 강행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이 모든 게 대통령 메시지 관리에 관한 총체적 실패나 다름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번 방미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외교역량이 업그레이드되길 바란다. 사안을 흑과 백으로 접근하는 엘리트 검사 출신이지만, 국익을 냉철하게 판단하는 종합적 균형감이 절실하다. 스킨십이 강한 특장점을 발휘해 바이든과 개인적 신뢰도 충분히 쌓아야 할 것이다. 정상 간의 호감과 믿음은 매우 중요하다. 어느 나라나 외국 정상을 극진히 환대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한미 정상회담이 매번 순조로운 건 아니다. 2001년 백악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과 조지 W 부시의 회담은 팽팽한 긴장의 연속이었다. 노벨평화상에 자신감이 충만한 DJ는 갓 출범한 부시 행정부에 햇볕정책을 설득하려 했지만, 부시는 김 대통령을 옆에 두고 “북한 지도자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강하게 얘기했다. 그러다 보니 DJ를 “디스 맨(This man)”으로 부른 대목까지 논란이 됐다.

지난달 국민의힘 전당대회 때 대선주자인 안철수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대통령 레임덕이 발생한다는 경계심이 해소됐음에도 조기 레임덕 우려가 나오는 현실이다. 윤 대통령은 방미 기간 별도의 잡음 없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주의환기하는 것만으로 고정지지층을 다잡을 수 있다. 유사 이래 한반도에 영토욕심이 없는 초강대국의 힘을 끌어와 중국과 일본을 방어할 수 있는 묘수는 독보적인 것이다.

다만 민주주의 가치동맹을 표방하면서 우방국 대통령실을 도청하는 냉혹한 이중플레이는 항의해야 마땅하다. 바이든에게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 혹자는 각국이 도청하는 건 공공연한 비밀 아니냐고 한다. 하지만 세계 유력언론을 통해 미국의 도청 파문이 드러난 게 몇 번이나 될까. 만약 그 주체가 일본 내각정보조사실이었다면 외교적으로 전쟁 날 사안이다. 해외순방 리스크의 관성을 끊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이다. 그러려면 귀국 후엔 야당에 성과를 진솔하게 설명하는 이벤트가 필요하다. 거친 언사 대신 고충과 성과를 있는 그대로 설복하는 진의가 국민 마음속에 전해져야만 중도보수층이 돌아올 수 있다.

박석원 논설위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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