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가족의 불편한 동거'...내포신도시 홍성-예산 현안마다 '티격태격'
갈등 해결 위한 지자체 조합 역할 한계
기초단체간 행정 이원화로 주민 불편도
전문가 "장기적으로 행정구역 통합 필요"
충남도청이 이전한 내포신도시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홍성군과 예산군이 주요 현안을 놓고 갈등을 반복하고 있다. 행정 이원화로 주민 불편도 이어지고 있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행정구역을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내포신도시는 충남도가 도청사와 관련 기관, 산하 행정기관 이전을 위해 홍성군 홍북읍과 예산군 삽교읍 일원 995만1,729㎡ 일원에 조성한 계획도시다. 2012년 말 도청사 이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충남교육청과 충남경찰청 등 127개 기관이 둥지를 틀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로 제외됐던 혁신도시로 2년 전 지정되면서 공공기관 유치 토대도 마련했다.
내포신도시는 '대전에 위치한 도청사를 충남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자, 도가 시·군을 상대로 공청회를 갖는 등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최종 입지를 정했다.
도민들의 합의를 바탕으로 내포신도시 시대가 열리면서 지역 간 협업을 통해 지역 발전의 시너지를 확대하고, 화합과 도내 균형발전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이 컸다.
하지만 10년이 훌쩍 지난 현재, 홍성과 예산 두 지역 간 갈등과 대립이 빚어지며 이런 기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오는 2025년 말 예산군 삽교읍 일원에 신설되는 서해안 복선전철 삽교역(가칭) 명칭 문제가 대표적이다.
예산군은 이미 같은 삽교읍 장항선을 지나는 삽교역이 있어 신설역 새 이름이 필요한 상황에서 '충남도청역'이나 '내포신도시역'을 주장하고 있다. 해당지역이 내포신도시와 수도권을 연결하는 관문이라는 점을 논리로 내세우고 있다.
홍성군은 예산군의 이런 주장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존 내포 남측 관문 역할을 하고 있는 홍성역의 입지가 작아질 수 있다고 우려 때문이다. 홍성군은 앞서 서해선 복선전철 역사 신설 확정 당시에는 신축 사업비에 도비가 포함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두 지역 간 갈등은 지난 2월 김태흠 도지사의 '내포역' 발언 이후 더 첨예해졌다. 김 지사는 당시 실국원장회의에서 "앞으로 도에서 삽교역을 부를 때는 '내포역'으로 하라"고 주문했다.
김 지사의 이런 발언이 알려지자 홍성군의회는 "행정상 없는 명칭인 '내포'를 역사명으로 사용해 향후 '충남도청역'으로 바뀔 개연성이 높은 만큼 홍성과 예산의 합의가 필요하다"며 반발했다.
홍성군 관계자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다만 아직까지 결정된 게 없는 만큼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내포역 발언은 홍성과 예산에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내포신도시를 확대 발전시키자는 의미"라며 "반목과 갈등보다는 상생 협력을 해 나가야 한다는 게 도지사의 의지"라고 말했다.
두 지역은 민선 8기 공약 가운데 하나인 충남 의병기념관 건립을 놓고도 대립하고 있다.
도정인수위원회는 지난해 6월 도정운영 방향 자료를 발표하면서 의병기념관 입지를 윤봉길 의사의 고향인 예산으로 제안했다.
이에 대해 홍성군의회는 곧바로 성명을 발표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홍성군의회는 "국가지정문화재인 홍주의사총과 홍주읍성 등 의병 관련 유적이 산재해 있는 '의병도시 홍성'에 의병기념관을 건립하는 것이 취지에 맞는다"고 주장했다.
도는 현재 진행 중인 의병기념관 기본구상 용역을 상반기 중 완료하고, 입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홍성군은 입지 발표를 앞두고 적극적인 유치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0월 충남의병기념관 홍성군민간유치위원회를 꾸린데 이어 올 초부터 전체 군민의 30%에 해당하는 3만명을 목표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 2만8,000여명이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성군은 조만간 명단을 들고 김 지사를 면담해 의병기념관 유치 당위성을 역설할 예정이다.
이런 두 지역 간 갈등 해결 대안으로 충남도와 홍성군, 예산군이 충남혁신도시 지방자치단체조합을 꾸려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에 한계가 있어 실질적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내포신도시 주민들은 두 지역 간 갈등을 바라보며 피로감을 느끼는 것도 모자라, 행정 이원화에 따른 불편도 겪고 있다. 같은 생활권인데도 지역마다 쓰레기봉투 등 생활폐기물 수거 시스템, 지역화폐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내포신도시 한 주민은 "먼 거리도 아니고 같은 생활권인데, 행정구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가까운 곳에 있는 편의점에서 종량제 봉투를 살 수 없고, 주소지가 달라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없어 너무 불편하다"며 "내포신도시만이라도 따로 행정을 통일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도 두 지역 간 불필요한 경쟁과 갈등, 주민 불편 해소를 위해 장기적으로 행정구역 통합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장수찬 목원대 공공인재학과 교수는 "무엇보다 충남도와 두 기초단체의 협치가 중요하고, 단기적으로는 충남도가 중심이 돼 갈등을 중재, 해소하는데 노력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홍성, 예산과 적극 협의해 행정구역을 통합하거나 내포신도시를 하나의 특별한 행정구역으로 만드는 것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큰 틀에서 이런 같은 목표를 가지고 가다 보면 서로 공감하고, 배려하면서 지금과 같은 갈등이나 대립이 점차 없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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