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둘러업고 나와" 가슴 쓸어내린 '136명 입원' 요양병원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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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렌 울리기 시작하고 연기가 자욱해지니까 일단 환자분들 둘러업고 나왔죠."
불길로 발생한 검은 연기는 환자들이 있는 지상으로 퍼졌다.
다른 층에 있던 간호사들 역시 화재를 직감하고 "대피하라"고 소리쳤고, 2층에 있던 고령 환자들을 둘러업고 나오는가 하면 간호사 두세명씩 환자 한명을 부축해 계단을 타고 내려왔다.
비교적 상태가 양호한 환자들은 자력으로 대피했고, 이후 연기가 없는 후문 쪽에 모여 상황을 지켜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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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명 연기흡입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중상자는 없어
(화순=뉴스1) 이승현 기자 = "사이렌 울리기 시작하고 연기가 자욱해지니까 일단 환자분들 둘러업고 나왔죠."
19일 오후 전남 화순군 화순읍의 한 요양병원. 건물 외관 유리창은 곳곳이 깨져 있었다. 출입을 통제하는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는 입구에는 물이 흥건해 화재 현장임을 실감케 했다.
병원에서는 이날 오후 2시39분쯤 지하 보일러실에서 용접 작업 중 화재가 발생했다. 불길로 발생한 검은 연기는 환자들이 있는 지상으로 퍼졌다.
지하층에서 "불났어요" 라는 소리가 들리고 화재를 알리는 사이렌이 울리자 원무과 직원들은 다급해졌다. 곧장 환자들을 대피시키고 간호사들에게 상황을 알리기 위해 병동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다른 층에 있던 간호사들 역시 화재를 직감하고 "대피하라"고 소리쳤고, 2층에 있던 고령 환자들을 둘러업고 나오는가 하면 간호사 두세명씩 환자 한명을 부축해 계단을 타고 내려왔다.
병원 관계자는 "일단 환자들부터 밖으로 대피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무작정 둘러업고 나왔다"고 이야기했다.
비교적 상태가 양호한 환자들은 자력으로 대피했고, 이후 연기가 없는 후문 쪽에 모여 상황을 지켜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화재 현장에서 대피한 조영숙씨(74·여)는 "3층에 있었는데 윙윙 소리가 나고 이상한 냄새가 나서 병실에 있던 3명이 무슨 일인가 하다가 모두 뛰쳐 나왔다"며 "병원 건물 안으로 연기가 점점 차오르니까 놀라서 무작정 계단으로 뛰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나와서 정신을 차려보니 간호사 선생님들이 환자를 업고 나오고 있었다"면서 "연기가 없는 후문쪽으로 환자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고 말했다.
대피한 환자들은 당시 점심 이후 밖에서 걷기 운동을 하는 환자들이 많아 화를 면했다고 입을 모았다.
조씨는 "마침 운동을 하던 시간이라 병실에 사람들이 없어서 망정이지"라며 "큰일이 날 뻔 했다"고 말했다.
다리 거동이 불편한 한 70대 여성 환자도 "윙윙 소리에 다들 놀란 눈치였다. 때마침 밖에 나와있어서 다행이었다"며 "지팡이를 이용하는 내가 병실 안에 있었다면 못 나왔을 것이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건물에서는 지난 10일에도 불이 났고, 이날 배전반 쪽 보수 공사를 진행하다 불길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당국은 대원 270명과 장비 23대를 동원해 화재 발생 46분 만인 이날 오후 3시24분쯤 모든 불길을 잡았다. 한때 소방대응 2단계가 발령되기도 했다.
요양병원에는 136명의 환자, 병원 관계자 50명을 포함한 186명이 머물고 있었다.
환자 중 15명은 소방당국에 의해 구조됐고 나머지는 자력으로 건물을 빠져나왔다.
화재로 20명이 연기를 흡입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보일러실 공사 작업자 60대 A씨는 연기 흡입으로 의식을 잃어 전남대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지만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된 124명의 환자들은 광주의 요양병원으로 전원조치할 예정이다.
pep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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