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도 '반도체 자국주의'… 판 커진 글로벌 칩 전쟁
설계회사 많아 亞공급망 의존
약점 생산력 끌어올릴지 주목
獨·伊에 반도체공장 건설 등
인텔·TSMC서 투자 유치도
韓 "소부장 현지 진출 기회"
'21세기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를 놓고 미국과 아시아 각국이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유럽연합(EU)도 '반도체지원법(CHIPS Act)' 시행에 전격 합의하며 반도체 전쟁에 공식 참전했다. 18일(현지시간) 티에리 브르통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성명을 통해 "지정학적 측면에서 유럽은 스스로의 운명을 자신들 손에 맡기고 있다"며 "이는 (반도체) 공급망을 재조정하고 (유럽이 이를) 확보해 아시아에 대한 공동의 의존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법은 총 430억유로(약 62조원)를 투입해 EU의 '반도체 자국주의'를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EU의 반도체 생산량은 전 세계에서 9%에 불과하다. 이를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 법안에는 보조금 지급과 이를 허용하기 위한 규제 완화, 투자 및 연구개발(R&D) 지원, 공급망 부족 감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유럽은 대부분 반도체 생산을 외부에 위탁하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기업이 많아 생산 역량이 부족하다. 네덜란드 NXP와 독일 인피니언,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주요 차량용 반도체 업체는 대만 TSMC와 UMC 등에 주로 생산을 맡기고 있다. 반면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는 독보적 경쟁력을 갖췄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해 '슈퍼 을'로 불리는 네덜란드 ASML이 대표적이다.
블룸버그는 "반도체법이 논의 14개월 만에 통과됐다"며 "EU로서는 매우 빠른 속도"라고 전했다. AFP통신은 유럽이 더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왔다고 전했다. EU 순회 의장국을 맡고 있는 스웨덴의 에바 부슈 부총리 겸 에너지산업부 장관은 "반도체 핵심 부문에서 유럽의 진정한 혁명을 나타낸다"며 "시장 주도권에 대한 우리의 의존성, 주권에 대한 우리의 취약성, 투자 규모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반도체 기술 역량 강화와 혁신 촉진을 위해 33억유로를 투입하고 유럽 반도체 실행계획(CHIPS for Europe Initiative)을 추진한다. 실행계획에는 반도체 설계 역량 강화, 전문인력 양성 및 차세대 반도체 기술 연구에 대한 투자가 포함된다. EU 역내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는 생산시설(통합 생산설비 및 개방형 파운드리)에 대한 보조금 지급 근거를 마련한다. 또 EU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모니터링 및 위기대응 체계가 도입된다.
법 시행을 기정사실로 간주한 업계에서 발 빠른 투자도 이어졌다. EU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지난해 반도체법에 대한 계획이 발표된 후 EU가 이미 1000억유로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TSMC는 독일 드레스덴에 차량용 반도체 공장을 짓는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있다. 인텔은 독일 마그데부르크와 이탈리아 비가시오에 각각 170억유로, 45억유로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유럽의 반도체 수요 감소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대규모 투자에 신중해지는 가운데 점유율 20%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자금 확보도 문제다.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폴 트리올로 연구원은 로이터통신에 "EU가 신경 써야 할 핵심 쟁점은 반도체 공급망을 EU로 이전하려면 얼마나 큰 비용을 들여야 하는지"라고 설명했다. 크리스토퍼 사이테라 유럽정책분석센터 연구원은 폭스비즈니스에 "미국은 연방의회에서 보조금을 승인받을 수 있지만, EU는 27개 모든 회원국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EU의 관료주의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 정부는 EU의 이번 움직임이 세계 반도체 시장 경쟁을 격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겠지만, 한국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에는 현지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9일 "EU 내 반도체 생산설비 확충은 국내 소부장 기업의 수출 기회 확대로 이어져 기회 요인이 병존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EU 반도체법에는 역외 기업에 대한 명시적 차별 조항이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며 "현재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의 생산시설이 EU에 있지 않아 직접적 영향은 적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라고 덧붙였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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