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선동" "사기꾼" 논란의 4·19기념사…대통령실 "일반적 현상 말한 것"

노지민, 조현호 기자 2023. 4. 1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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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4·19혁명 기념식에서 "허위선동" "돈에 의한 매수" "사기꾼" 비판
기념사 표현의 배경, 취지 등 묻는 질문 이어져…적극 해명 부족한 대통령실

[미디어오늘 노지민, 조현호 기자]

“허위 선동” “사기꾼” 등을 언급한 윤석열 대통령의 4·19혁명 기념사가 야권 등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을 부르고 있다. 이에 기념사 배경을 묻는 출입기자들 질문이 이어졌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반적인 현상을 이야기한 것”이라며 충분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19일 제63주년 4·19혁명 기념사 상당 부분을 “거짓 선동, 날조, 이런 것들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 비판에 썼다. “독재와 폭력과 돈에 의한 매수” “겉으로는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행세를 하는 경우”나 “4·19혁명 열사가 피로써 지켜낸 자유와 민주주의가 사기꾼에 농락당해서는 절대 안 되는 것” 등 강도 높은 표현이 기념사에서 이어졌다. 4·19혁명의 역사적 의미에 집중해온 역대 대통령 기념사와 대비되는 내용이다.

기념사, 누구 염두에 뒀나? 대통령실 “일반적인 현상”

이에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통령실 관계자를 만난 출입기자들은 기념사가 작성된 배경, 기념사의 의미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어떤 배경에서 허위 선동, 돈의 매수, 인권운동가 등 단어가 등장했나'라는 질문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신동엽 시인이 '껍데기는 가라'는 시를 통해서 노래한 적이 있다.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윤 대통령 기념사를 비판하면서 인용한 시구를 그대로 읊은 것이다.

이어서 이 관계자는 “3월29일 대통령이 민주주의정상회의 화상회의를 주재하면서 가짜뉴스와 반지성주의가 전세계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강조했고, 윤 대통령 뿐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거의 모든 지도자들이 똑같이 한 목소리로 강조하는 부분이다. 오늘 기념사에서도 그런 맥락에서 같은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4월19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국립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3주년 4·19혁명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호한 답변에 '염두에 둔 사람이나 세력이 있느냐'는 질문이 이어졌지만, 해당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볼 때에도 민주주의와 관련 없는 세력이 민주주의자를 참칭하면서 나라를 어지럽히는 사례가 많다”는 답을 내놨다.

또 다른 기자는 다시금 '최근 우리나라 정치권 사건을 염두에 두고 말씀하신 걸로 이해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돈에 의한 매수”라는 표현이 최근 불거진 '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의혹(불법정치자금 혐의 수사)'을 겨냥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다. 이 질문에도 관계자는 “특별한 사안이라기보다는 일반적인 현상을 이야기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4·19혁명의 헌법적 정신을 “어느 한 사람의 자유도 소홀히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는 4·19정신”으로 표현한 배경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우리 헌법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밝히고 있다. 헌법 전문과 다른 4·19정신 정의가 4·19로 하야한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을 건립하는 등 여권의 '이승만 재평가' 기조와 맞닿은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온 것이다.

그러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불의에 항거했다는 것은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체제가 흔들리기 때문에, 그것을 불의로 보고 항거했다는 뜻이기 때문에 질문하신 내용이 앞과 뒤가 같은 내용”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63주기 기념식 참석이 “10주기 기념식에만 대통령이 참석하던 관례를 깨고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참석한 것”이라고 밝혔다가, 사실관계가 틀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직전 문재인 대통령만 해도 58, 60, 61주기 기념식에 참석한 바 있다. '왜 문재인 대통령 사례는 뺐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유영봉안소를 기념식에서 간 대통령은 없었다”고 기존과 다른 설명을 했다.

“기념사를 야당·언론 공격 수단 삼아”…“도둑 제발 저리나”

윤 대통령의 4·19혁명 기념사는 정치권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여야 관계를 대립과 갈등으로만 바라보는 왜곡된 정치관은 대통령의 민주주의에 대한 몰이해와 역사의식 부족, 현실 인식 결여만 확인시켜준다. 윤석열 대통령이 4·19혁명 기념사를 야당과 언론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은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민주 영령의 정신을 계승하고 대한민국 헌법과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대통령이라면 4·19혁명 기념사를 국민 통합과 여야 화합을 위해 써야 한다”며 “대통령의 4·19혁명 기념사는 정치 선동의 수단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에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유상범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민주당의 날선 반응을 접하니, '도둑이 제발 저리나'라는 속담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며 “갈라치기, 편가르기로 국민들을 분열시켰던 문재인 정권의 주역들이 국민 통합을 외치니 지나가는 소가 웃는다. 야당이 되고 난 후에는 연일 반일, 반미 감정을 조장하며 대한민국을 또다시 분열시키려는 민주당에게, 민주당이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 드린다. 대통령의 4·19 혁명 기념사는 민주당의 정치 선동 수단이 아니다”라고 맞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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