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워츠먼 "美정부 다음 관심은 AI … 반도체처럼 지원 나설것"

송성훈 기자(ssotto@mk.co.kr), 박용범 기자(life@mk.co.kr), 윤원섭 특파원(yws@mk.co.kr) 2023. 4. 1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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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투자대가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 대담
40년 투자경험서 얻은 교훈
'절대 돈 잃지 말라'는 원칙
손실 날법한 분야 미리 파악을
인프라 15% 이상 수익 기대
챗GPT 열풍 데이터센터 수혜
美주식 외에도 유럽주식 주목

◆ 매경 뉴욕포럼 ◆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맨 오른쪽)이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롯데뉴욕팰리스호텔에서 열린 '2023 매경 뉴욕 글로벌금융리더포럼'에서 금융시장 현황과 전망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뉴욕 특별취재팀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을 이끄는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2023 매경 뉴욕 글로벌금융리더포럼' 첫 세션 대담에서 지역은행의 유동성 부족 사태가 일어났지만 미국 경제가 위기를 맞은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또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상황이 겹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인프라스트럭처 등 곳곳에 여전히 흥미로운 투자처가 많다고 조언했다. 대담은 하영구 블랙스톤 한국법인 회장이 질문하고 슈워츠먼 회장이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 이후 불확실성의 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미국 경제 환경이 복잡해진 것 같은데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현장에서 보면 의외로 경제가 잘 버티고 있다고 본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금리에 민감한 부동산·건설 같은 일부 분야를 제외하면 금리 상승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부문은 선방하고 있다.

다만 소비 여력이 더 컸기 때문에 팬데믹 이후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는 분위기였고 지금도 비교적 잘 버티고 있다고 본다.

―지난달 미국 은행 3곳이 파산했고 유럽 크레디트스위스가 매각됐다.

과거 경기 사이클과 비교하면 현재가 그렇게 나쁘다고 보지 않는다. 일례로 1982년은 끔찍한 침체가 발생한 해였다. 미국 금리가 매우 높았다. 당시 10년 만기 국채 발행 관련 업무를 맡았는데 해당 국채 수익률이 16%였다.

지금 금리가 높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하지만 최근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3.6%를 오가는 수준인데 이는 과거 16%를 넘나들던 시절에 비하면 높다고 볼 수 없다.

―블랙스톤에서 근무하며 경험한 여러 경기 부침과 비교해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지금은 위기라고 볼 수 없다. 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은행이 자기자본을 3~4배로 늘렸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과거에 비해 (건전성이) 큰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미국·한국·유로존 등 각국 중앙은행이 빠르게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채권가치가 급락(채권 수익률은 급등)했고 이 때문에 은행 자산가치가 평가절하되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모든 은행이 이런 문제를 겪은 것은 아니다. 일부 은행이 손실 문제에 직면하기는 했지만 나는 그 손실이 일시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면서 국채 수익률도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 월가 분석가가 몇몇 은행에 유동성 위기를 지적하기는 했지만 해당 은행이 악성 대출 때문에 발생한 신용 손실 문제를 겪은 것은 아니다.

―이번 지역은행 폐업과 이전 금융위기를 비교할 때 달라진 게 있는가.

내가 보기에 흥미로운 점은 이번에 은행 파산위기를 부른 예금 인출 사태에서 기술의 역할이다. 실리콘밸리은행의 경우 3시간 만에 400억달러가 인출됐는데 이는 이례적인 일이다. 금융당국이나 은행이 기술 발전에 따른 이러한 비전통적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을 알지 못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몇몇 은행이 사라지더라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내 인생을 돌아보면 1972년 미국에는 은행이 1만2000개 이상 있었는데 지금은 약 4000개로 눈에 띄게 줄었다.

―블랙스톤은 투자 포트폴리오에 여러 산업과 기업을 담고 있다.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가.

블랙스톤이 목요일(현지시간 20일)에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기에 변호사가 나에게 신중하게 발언하라고 조언했다(웃음). 여러 곳에 투자하고 그중 주택을 포함해 부동산 부문이 금리 상승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전반적으로 기업이 잘하고 있는 것 같다.

―투자 인생을 걸어오면서 얻은 교훈 같은 것이 있나.

돈을 잃지 마라(Don't lose money). 직업 차원에서 보면 펀드매니저는 고객의 돈을 자주 잃는다. 나도 1988년에 내 실수로 고객의 돈을 잃은 적이 있고 아주 당황스러웠는데 이후로 절대 그러지 않기로 다짐했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항상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투자에 대해서도 '스트레스 테스트(위기 시나리오 분석)'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손실이 발생할 만한 곳을 파악하자는 뜻이다. 이것이 습관이 되면 투자할 때 돈을 잃을 가능성이 줄어든다.

―불확실성과 복잡성의 시대, 어디에 투자하면 좋을까.

블랙스톤에 맡기면 좋다(웃음). 힘든 시기에도 언제나 기회는 있다. 블랙스톤은 현재 기업 250여 곳에 투자하고 있는데 기업 동향을 보면 투자할 부문이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내가 보기에 인프라 부문은 여전히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굉장히 좋은 투자처라고 본다. 수익률을 15~18% 선으로 본다. 흥미로운 투자처가 많은데 부동산 중에서도 물류창고 쪽을 생각해볼 만하고 미국 주식 외에 유럽 주식도 괜찮다고 본다.

이 외에도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챗GPT 등 인공지능(AI)을 생각해보면 AI 부문이 확장되면서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 이런 와중에 AI 관련 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기회가 있을 것이다. 미국 정부가 AI를 개발하는 데 더 많이 투자하고 개입해야 한다. 미국 정부가 지원 법안을 만들어 육성할 산업은 반도체 다음으로 AI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행 산업에 투자하는 것도 유리하다. 지금도 많은 나라에서 비행기표를 구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가격이 많이 오르기는 했지만 말이다.

지금은 고금리 시대이지만 선순위담보부채권 등이 상당한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7~8년 전에는 인기가 없던 부실 채권 등도 생각해볼 수 있다. 다만 이는 쉬운 투자는 아니다.

[뉴욕 특별취재팀=송성훈 금융부장(팀장) / 박용범 뉴욕 특파원 / 윤원섭 뉴욕 특파원 / 김인오 뉴욕 특파원 / 강계만 워싱턴 특파원 / 문지웅 기자 / 채종원 기자 /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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