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은 안 죽는다, ‘0할 타자’ NC 안중열의 독한 야구

심진용 기자 2023. 4. 1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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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포수 안중열(오른쪽) 지난 1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전 승리 후 투수 이용찬과 손을 맞잡고 있다. NC 다이노스 제공



그냥은 안 죽는다. 어떻게든 들러붙고, 커트하고, 버틴다. ‘0할 타자’ NC 안중열의 야구다.

타석이 적어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안중열은 올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공을 많이 보는 타자 중 1명이다. 20차례 타석에 들어서서 정확하게 공 100개를 봤다. 타석당 평균 투구수 5개로 20타석 이상 타자 가운데 리그 2위다. LG 오지환만이 23타석에서 투구수 117개(타석당 5.09개)로 그보다 위에 있다.

타격이 약한 타자가 공을 오래 보기는 쉽지 않다. 투수들이 적극적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안중열의 타석 당 투구수는 그만큼 끈질기게 버텨낸 결과다. 이제까지 안중열이 초구 아웃된 경우는 딱 2차례, 그 중 1번은 희생번트였다.

19일 잠실 LG전도 그랬다. 안중열은 5차례 타석에서 공 26개를 봤다. 첫 타석 삼진을 당했지만 풀카운트 7구 승부를 가져갔고, 세번째 타석은 6구 볼넷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10회초, 안중열은 3차례 파울 끝에 풀카운트에서 추가점을 올리는 희생플라이를 때렸다. 안중열의 타점으로 점수차는 2점으로 벌어졌고, NC 마무리 이용찬은 한결 편한 상황에서 10회말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안중열은 지난겨울 롯데로 FA 이적한 유격수 노진혁의 보상선수로 NC에 왔다. 지난 14일 주전 포수 박세혁이 SSG 외국인타자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헛스윙에 머리를 맞아 부상 당한 이후로는 3경기 연속 선발로 나섰다.

갑작스런 주전 포수의 부상 이탈로 팀에 비상이 걸렸지만 안중열은 자기 역할을 다했다. NC는 안중열이 선발로 나선 지난 3경기를 모두 이겼다.

LG전은 고비였다. 상대는 KBO 리그에서 가장 많이 뛰는 팀, 백업 포수 안중열로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도 나왔다. 그러나 안중열은 빛나는 수비를 했다.

NC가 3-2, 1점차로 앞서던 6회말 LG 선두타자 문보경이 수비 실책으로 2루까지 나갔다. 경기 흐름이 단번에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안중열이 위기를 막았다. 문보경이 리드 폭을 길게 가져간 걸 놓치지 않고 강하게 2루로 공을 뿌려 태그 아웃시켰다.

8회 다시 NC에 위기가 닥쳤다. LG 오스틴 딘이 4-4 동점을 만드는 2점 홈런을 쳤고, 후속 타자 문보경까지 곧장 안타를 치고 나갔다. LG의 저력이 시작되는 듯 했다. 그러나 안중열이 대주자 신민재의 2루 도루를 총알 송구로 막아내며 재차 흐름을 끊었다. NC는 이날 LG를 6-4로 꺾고 리그 1위로 올라섰다.

안중열은 타격에 대해 “하위타순에서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려고 더 끈질기게 공을 봤다”면서도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송구에 대해서는 목소리에 힘이 붙었다. 안중열은 “가장 자신 있는게 송구”라며 “중요한 상황에서 타이밍을 끊을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NC는 시즌 초반 무서운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주장 손아섭은 “고참이든, 후배든 모두가 자기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에, 주축들의 부상이 줄 잇는 악조건이지만 NC 선수들 모두가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안중열도 마찬가지다. 아직 안타 하나가 없는 그가 ‘복덩이’ 소리를 듣는 이유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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