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뉴스] "다 쓰러져가는 집을 이 돈 주고"...미친 집값에 '비명'
싱가포르에서 15년 동안 거주해온 영주권자 오혜영 씨.
지난해 집주인으로부터 월세를 두 배나 올려달라는 요구를 받았습니다.
임대 재계약을 8개월이나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오 씨는 감당하기 힘든 임대료를 매달 내느니 외곽 지역의 공영 아파트 매매를 선택했습니다.
[오혜영 / 싱가포르 : 다 쓰러져가는 집도 울며 겨자 먹기로 (월) 5천 싱가포르 달러(한화 약 495만 원) 이상을 주고 살아야 하니까. 그런데 또 마음 편하게 있을 수도 없잖아요. 내 집이 아니니까 나갈 때는 보증금을 떼일까 봐 새집처럼 해놔야 한단 말이죠. 집 없는 설움도 주변에 너무 많아요.]
오 씨만이 아닙니다.
최근 싱가포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한인 동포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습니다.
[김진경 / 싱가포르 : 저는 이번 달이 집 계약이 만료여서 올해 초부터 외곽 쪽에 있는 스튜디오(원룸)나 원 베드룸을 알아봤는데요. 예전에 2천 싱가포르 달러이던 곳이 지금은 3천 싱가포르 달러(한화 약 298만 원)까지 올라서 집을 구하는 데 쉽지 않았어요.]
지난해 4분기 싱가포르 주택 임대료는 전년보다 28% 올랐습니다.
뉴욕(19%)과 런던(18%), 도쿄(8%) 등 전 세계 주요 도시를 제치고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지역이나 주택 상태에 따라 임대료가 최대 두 배까지 올랐을 만큼 값은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있습니다.
[멜빈 림 / 부동산 중개업 : 싱가포르 리버밸리 지역의 경우 방 4개짜리 집은 8천 싱가포르 달러(약 795만 원) 정도면 구할 수 있었는데, 현재 8천 달러로는 방 2개짜리 집을 구할 예산밖에 안 됩니다. 8천 달러이던 집은 지금 13,000 싱가포르 달러(약 1,291만 원)로 올랐습니다.]
이렇게 임대료가 폭등한 원인으로는 부족한 주택 공급 시장이 꼽힙니다.
한동안 코로나19로 아파트 공사가 지연됐고, 일상 회복이 이뤄진 뒤에는 외국인 근로자와 유학생 등이 대거 들어오면서 임대 수요가 늘어난 겁니다.
여기에, 지난 2020년 보안법 시행으로 홍콩이 사실상 중국에 통합되면서, 홍콩을 탈출한 기업들이 싱가포르로 몰려 주택 수요가 폭증한 것도 요인으로 분석됩니다.
이렇게 주택난이 심화하면서, 여러 임대인이 주택 하나를 공유하거나 방 하나만을 임대하는 주거 방식에 수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페드로 추앙 / 부동산 중개업 : 부동산 임대료 상승에 대한 부담을 덜고자 공유주택, 룸 렌트(방 1개 임대)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이 룸 렌트 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최정원 / 부동산 중개업 : 혼자 사시는 분들은 집 전체를 월세로 내기가 부담스러워서 룸 렌트를 요청하는 분들 수요가 많아졌는데요. 이마저도 대략 30%씩 올라서 룸 렌트도 공유하려는 수요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심각한 주택난에 싱가포르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주거용 부동산 약 10만 호를 공급하는 계획을 내놨고, 그중 4만 호 정도를 올해 안에 완공할 예정입니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을 되찾기까지는 당분간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싱가포르에서 YTN 월드 정희경입니다.
영상편집 : 이정욱
자막뉴스 : 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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