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원 애물단지’ 황금박쥐상… 금값 오르자 5배 뛰었다

19일 오전 전남 함평군 황금박쥐생태전시장에 순금(24k) 162㎏으로 만들어진 황금박쥐상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30여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돼 ‘예산 낭비’라는 오명을 썼던 전남 함평군의 ‘황금박쥐상’이 효자가 됐다. 금 시세가 오르면서 순금(24k)으로 만들어진 이 조형물의 가치도 5배가량 뛰었기 때문이다.

황금박쥐상은 멸종위기종인 황금박쥐(학명 붉은박쥐)의 집단 서식지가 1999년 함평군 고산봉 일대 동굴에서 발견되자 지자체가 관광 상품화를 위해 2008년 제작한 대형 조형물이다. 크기는 가로 1.5ｍ, 높이 2.1ｍ이며, 원형 조형물에 순금으로 만든 6마리의 황금박쥐가 날갯짓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군은 발견된 황금박쥐가 모두 162마리인 점을 감안해 순금 162㎏을 넣어 조형물을 만들었다. 제작비는 총 30억여원이 들었는데, 2005년 매입한 순금 가격만 27억원이었다. 조형물이 전시된 황금박쥐생태전시관은 접근성이 불편해 관광객들이 발길이 뜸했고 이에 ‘예산 낭비’ ‘애물단지’ 등의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최근 금값이 오르면서 황금박쥐상 가치도 덩달아 뛰었다. 이날 기준 금 시세는 그램(g)당 8만4888원으로 황금박쥐상은 매입 당시 보다 5배가량 오른 137억원 이상의 가치를 갖는 것으로 추정된다.

황금박쥐상은 과거에도 금값이 오르면서 범행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2019년 3월에는 남성 3명이 절단기와 해머를 들고 이 조형물을 훔치려다 경보음에 놀라 달아난 바 있다. 경찰은 특수절도 미수 등 혐의로 이들을 검거했다.

군은 보안을 이유로 황금박쥐상을 한시적으로만 공개해오고 있다. 오는 28일부터 개최되는 함평나비축제 기간에는 일반에 공개된다. 향후 상설 전시를 위해 연말까지 전시 장소를 함평엑스포공원 내로 옮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