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에도 '감원'하는 뱅크오브아메리카 "고용시장이 식어서"

이미 1000명 해고, 6월 말까지 3000명 추가 감축…
"팬데믹 후 늘렸던 인원 정리, 성장 둔화 신호 아냐"

/사진=블룸버그

미국 2위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올해 1분기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에도 수천 명의 직원을 해고할 것이라고 밝혀 감원 배경에 눈길이 쏠린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BofA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오는 6월까지 전체 인력의 2%인 4000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은행은 최근 2주 동안 이미 1000명 이상을 해고했고, 이번 분기 말까지 3000명을 추가 해고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은행의 전체 인력은 전년 대비 4% 늘어난 21만7000명이다.

미국 정보기술(IT) 업계에 이어 금융권에도 올해 초부터 매서운 감원 한파가 불었다. 골드만삭스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3200명을 해고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이은 긴축 행보 속 불거진 경기침체 우려에 대비하기 위한 비용 절감 정책에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BofA의 이번 감원은 경기침체 우려가 아닌 고용시장 상황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이언 모이니한 BofA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발표에서 "이번 감원은 고용시장 냉각으로 인한 것"이라며 "이를 (BofA의) 사업둔화 신호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몇 달 동안 (직원) 이직률이 급격히 감소해 인원 감축을 고려하게 됐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감원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불거진 인재 확보 경쟁 과정에서 대폭 늘어난 인력을 조정하는 것일 뿐 BofA의 경영 위기에 따른 구조조정이 아니란 설명이다.

브라이언 모이니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최고경영자(CEO) /로이터=뉴스1

모이니한 CEO는 이날 올해 하반기 경기침체 가능성을 언급하며 추후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다만 그는 "모든 것이 완만한 경기침체(a mild recession)를 가리키고 있다"며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 활동 둔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여전히 높은 수준인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과 연준의 계속된 금리인상 행보에 올 하반기 미국 내 경기침체 조짐이 나타나겠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닐 것으로 본 것이다.

한편 BofA는 이날 실리콘밸리(SVB) 파산 사태 등으로 1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할 거란 시장의 예상을 깬 실적을 발표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대마진이 개선된 것이 호실적으로 이어졌다. BofA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263억9000만달러(약 34조7899억원)로, 시장 예상치(251억3000만달러)를 넘어섰다. 주당순이익(EPS)은 0.94달러로 이 역시 시장 전망치(0.82달러)를 웃돌았다. 순이익은 81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 늘었다. 순이자 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증가한 144억달러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