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경제에…'쉿' 조용한 명품 인기

귀네스 팰트로. AP=연합뉴스 재공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18일(현지시간) 화려함 대신 로고가 없고 수수한 디자인의 '스텔스 럭셔리'(조용한 명품)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이후의 경제적 불확실성 등 사회 분위기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고급 백화점 니만 마커스의 조디 칸 명품 담당 부사장은 "이번 시즌에는 로에베와 생로랑, 미우미우와 같이 눈에 확 띄는 디자인을 추구하던 브랜드들이 고전적인 감성에 기대면서 스텔스 럭셔리의 분위기가 확고해졌다"고 말했다.

명품 컨설턴트인 로버트 버크는 팬데믹 기간에는 경기 부양책과 넘쳐나는 유동성으로 젊은 구매자들이 로고가 크게 박힌 명품을 좇았지만, 이제는 그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진단했다.

버크는 "현재는 경제 불확실성과 함께 어느 정도 피로감이 있다"며 "사람들은 자신들이 돈이 많다는 것을 굳이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분석가들은 사람들이 과시하고 싶어 하는 때는 경제적으로 좋은 시기이지, 재정적 미래가 불확실해지는 시기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일각에서는 스텔스 럭셔리는 부유층 사이에서는 오랜 기간 지속된 유행이었고 최근 경제적 불확실성과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들의 잇따른 감원으로 해고된 화이트칼라 근로자들이 이를 따르기 시작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뉴욕 패션기술대 박물관의 퍼트리샤 미어스 부국장은 18세기 말부터 스텔스 명품 패션이 등장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프랑스 왕정이 붕괴하고 산업화와 도시화가 일어나면서 궁정 생활은 사라지고 산업가들이 권력을 잡게 됐다"며 "부와 권력을 얻은 산업가들은 짙은 색 정장을 유니폼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디자이너 브랜드 컨설팅 회사 럭셔리 인스티튜트의 최고경영자(CEO) 마틴 페드라자에 따르면, 1990년대에는 디자이너 도나 카란과 미우치아 프라다가 실용적인 의상을 유행시켰고, 2008년-2009년 세계 금융위기 때도 스텔스 명품 패션이 유행했다.

동시에 페드라자 CEO는 그럼에도 화려한 명품 패션은 건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로고를 원하는 사람들은 항상 존재할 것이며 샤넬마저도 로고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유행을 따르는 브랜드는 언제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수연 온라인 뉴스 기자 ksy1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