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우크라 군사지원 가능성 시사에 野 "외교 자살골"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 가능성을 처음 언급하면서 파장이 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보도된 로이터 인터뷰에서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 ▷ 대규모 민간인 공격 ▷ 대량 학살 ▷ 전쟁법의 중대한 위반 등을 전제로, 상황에 따라 살상 무기를 포함한 군사 지원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한국 정부가 줄곧 유지해온 ‘군사 지원 불가능’ 입장 변화를 시사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 의사를 표한 것은 1년여 만에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해달라는 미국 등 서방의 요청에 ‘인도적 지원’ 방침으로 피해왔으나, 오는 2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윤 대통령이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최근 유출된 미국의 기밀 문건에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지원해달라는 미국의 압박에 해법을 고심하는 고위 관계자들의 논의 내용이 드러나기도 했다.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은 ‘살상 무기 지원 불가’ 방침을 변경할 경우 파장을 우려해 폴란드를 통해 포탄을 지원하는 우회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문건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윤 대통령의 워싱턴 국빈 방문 발표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제공 관련 입장 변경 발표가 겹치게 되면 국민들은 이 사안에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여길 것”이라고 우려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그러나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관련 질문에 “정부 입장이 변경된 것은 아니다”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시사하면서 전제 조건을 열거한 데 대해 “상황에 대한 평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야권에선 ‘외교 자살골’이라며 비판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분쟁 지역에 대한 군사 지원은 국익을 해치는 행위고 결단코 해선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보수정권, 진보정권을 막론하고 어떤 정권도 적대국을 만들어내는 외교정책을 한 바가 없다”면서 “대한민국 국익에 심대한 위해를 가하는 이번 결정에 대해 대통령의 재고를 강력하게 요청드리는 바”라고 덧붙였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아마추어보다 못한 외교전략으로 우리나라를 어디까지 위기에 빠뜨릴 작정이냐”, “이미 미국에 약속이라도 한 것이냐”며 “한러 수교 후 30년간 발전해온 동반자관계가 적대국으로 돌아설 위기에 직면하고, 150여 개 우리 기업에 큰 경제적 손실을 자호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용진 의원도 “비살상 군수물자 지원이라는 정부의 지난 1년간의 방침은 무엇이 되는 거냐”며 “1년간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이러는 건, 이제 1주일 남은 미국 국빈방문을 염두에 두고 이런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남북간 핵전쟁을 막겠다면서 북-중-러 관계를 고착화시키고 한반도 인접국인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자극하는 기상천외한 상황을 언제까지 불안에 떨며 바라봐야 하느냐”며 “1년간 지켜오던 우리의 방침을 대한민국의 이해가 아닌, 오로지 미국의 이해와 안보에 이끌려 알아서 기는 처신으로는 절대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켜낼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10개월 전에 제가 우크라이나 갔을 때 러시아 눈치 봐야 한다던 정치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고 비꼬았다. 그는 “이제는 우크라이나 쪽에 서서 러시아에 대항해 군사적 지원까지 고려하고 계신 대통령께도 비슷한 톤과 매너로 한 말씀 부탁한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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