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극사실주의 웹드 '찐따록' 이태동 감독, 곽튜브를 통해 보고자 한 건
웹드라마 '찐따록: 인간 곽준빈' 공동연출
크리에이터 빠니보틀, 곽튜브와 컬래버
"공감 사는 스토리 만들 것"
하이퍼리얼리즘. 이보다 더 현실적인 이야기가 있을까. 이태동 감독이 연출한 작품들이 그렇다. 대한민국 중소기업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그린 ‘좋좋소’부터 K공무원의 현실을 담은 ‘강계장’, 돈을 두고 각자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묘사한 ‘사막의 왕’까지. 그가 새롭게 관찰한 모태솔로 복학생 이야기 ‘찐따록’은 극사실주의를 뛰어 넘어 감정이 그대로 공유된다.
웹드라마 ‘찐따록’의 부제는 ‘인간 곽준빈’이다. 곽준빈은 여행 크리에이터 곽튜브의 본명으로, 곽준빈의 대학생활을 관찰하는 형태로 이야기가 그려진다. 곽준빈이 복학 후 선후배들에게 잘 섞이지 못하거나, 눈치 없는 행동으로 주변인들의 눈초리를 받는 일들이 담겼다. 사람 냄새나는 스토리의 ‘좋좋소’를 만든 이 감독과 크리에이터 빠니보틀이 의기투합했다.
“코로나 시기에 즐겨본 콘텐츠가 ‘곽튜브’였어요. 곽튜브가 저와 나이도 비슷해서 친구가 됐죠. 부산국제영화제 때 콘텐츠를 같이 만들기도 했고요. 그런데 마침 빠니보틀이 코로나 때문에 해외에 못 나가게 되면서 국내에서 웹드라마를 만들고 싶어 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삼고초려해서 ‘찐따록’을 같이 만들게 됐어요.”
작품의 각본은 빠니보틀이 썼고, 이 감독과 빠니보틀이 공동으로 연출했다. 샌드박스네트워크에서 제작을 맡았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빠니보틀과 곽튜브의 경험담이 적절히 섞여 있다. 곽튜브가 타이틀롤이 돼 연기까지 하며 재미가 배가 됐다.
“곽튜브는 원래 배우에 관심 있었어요.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단역으로 출연하기도 했고요. ‘어서오세요, 웰컴스토어’라는 콘텐츠에서도 연기를 했는데 더럽게 못했죠. ‘좋좋소’ 이후 같이 콘텐츠를 만들자고 했었다가 흐지부지됐었는데, 곽튜브가 갑자기 스타가 됐어요.”(웃음)
처음에는 ‘찐따’라는 소재가 유쾌하게 다가오진 않았다. 어원 자체로는 비하의 의미가 있어서 제목으로 쓰기에도 고민스러웠다. 곽튜브가 ‘호(號)처럼 남 앞에서 부끄러워서 말도 못 하는 남자들을 대변하는 긍정적인 의미로 쓰고 싶다’고 강력하게 주장해 제목이 완성됐다.
작품 속 곽준빈은 호의를 베푸는 여자들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스타일이다. 여자 후배의 말을 오해하고 학교 커뮤니티에 고백 글을 올리거나, 개강총회에서 랩을 하거나 클럽에서 어색한 대시로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든다. 다큐멘터리 같은 곽튜브의 현실적인 연기가 돋보인다.
“우리의 가장 큰 리스크는 곽튜브였어요. 밤마다 전화하면서 열심히 연기 연습을 시켰어요. 실제로 잘 했고요. 4화 클럽신에서 대규모 엑스트라들이 나오는데 여러분이 보기 어려울 수 있어요. 노래(랩)에 이어서 춤을 추거든요. 컷을 하고 나니 사람들이 박수를 치더라고요.”(웃음)
‘찐따록’의 빌런은 곽준빈이 정복해야 하는 여자들이다. 학교 후배 예진이 서브 보스였다면, 4화에 최종 보스가 나온다. 이 감독은 “고백이 우리의 무기다. 고백으로 보스들을 물리치는 고백 공격”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곽준빈의 모습을) 싫어하는 게 이 시대를 반영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는 콘텐츠인 거죠.”
“선을 탈 수 있게 만드는 건 곽준빈의 외모예요.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토픽이어서 가볍게 다루려고 하지 않았어요. 콘셉트가 동물의 왕국이거든요. 성우 분도 실제 ‘동물의 왕국’의 성우고요. 다큐멘터리 콘셉트라 선을 지킬 수 있었어요.”
곽튜브는 단점이 될 수 있는 것들을 활용해 공감을 샀고, 원하던 연기까지 하게 됐다. 여자 캐릭터 캐스팅에도 곽튜브의 의견이 적극 반영됐다. 몰입을 위해서 곽튜브의 스타일로 추린 것. 시청자들은 곽준빈을 보며 “내 이야기가 왜 여기에 있나” “뼈 때렸다” “숨 막힌다” 등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조회수는 비교적 적다.
“주변에서 재밌게 본다고 하는데 곽튜브와 빠니보틀은 ‘스코어가 저조하지 않냐’고 해요. 전 웹드라마로는 저조하지 않다고 보는데 곽튜브 채널에서는 저조한 편이라실망하더라고요. 구독자들이 여행 콘텐츠를 좋아하는 분들이라서 그렇지 웹드라마를 그 정도 본다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곽튜브가 아난 다른 사람이 주인공이면 더 좋아했을 거라는 생각도 해요. 곽튜브가 연기에 대한 욕심이 열망이 있더라고요. 본인 채널 기획이다 보니까 주인공을 하고 싶어 했고요. 그래서 제가 곽튜브를 주인공으로 데뷔시켰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시즌1은 6화로 마무리된다. 시리즈를 기대하고 시나리오를 썼다. 이 감독과 곽튜브는 시즌2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싶은 마음이다.
“‘찐따록’은 평균 3점이에요. 1점과 5점이 공존해서 만들어진 웹드라마죠. ‘좋좋소’가 남녀노소 다 공감한 웹드라마라고 하면, ‘찐따록’은 타깃층이 뾰족했던 것 같아요. 공감을 하는 사람은 30대 남자들인 것 같고, 여성들이 보면 불편할 수도 있어요. 그래도 3점짜리 영화보다는 평균 3점이 낫다고 생각해요. 타깃이 뾰족한 콘텐츠가 회자되고 롱런할 수 있거든요. 제일 재밌는 건 댓글에 자기 경험담을 쓰는 것들이에요. 커뮤니티의 장이 되는 것이 순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감독은 ‘유튜브계 봉준호’라는 타이틀로 불리고 있다. 크리에이터 진용진이 ‘없는 영화’를 통해 연출가가 될 수 있었던 데도, 빠니보틀이 ‘좋좋소’로 국내 웹드라마 최초로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비경쟁 부문에 초청될 때 항상 함께였다. 앞에서 드러나지 않더라도 유명 크리에이터들의 꿈을 실현시켜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일념으로 제작에 열심이다.
“‘좋좋소’가 칸 극장에서 상영될 때 너무 부끄럽고 창피했어요. 퀄리티로 칸을 간 게 아니라 ‘좋좋소’라는 스토리가 가지고 있는 게 상향된 거잖아요. 결국 어떤 이야기를 하는 가가 더 중요해요.”
저예산 프로젝트에서 큰 활약을 했던 이 감독은 앞으로는 좀 더 갖춰진 환경에서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어 보려 한다. 김보통 작가와 준비하고 있는 드라마는 유튜브가 아닌 다른 플랫폼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그럼에도 규모보다는 공감이 우선순위다.
“‘좋좋소’ 시즌3를 할 때 ‘승리호’가 나왔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승리호’ 보다 ‘좋좋소’가 좋았어요. 결국 저예산에서 만들 수 있는 메시지가 있고 울림이 다른 거죠. 프로젝트에서 가진 메시지가 중요해요. 이태동이 만드는 콘텐츠에 ‘공감’이라는 스토리를 기대해 주세요.”
추승현 기자 chush@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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