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도 힘들지만 화장실이 더 걱정"

박홍주 기자(hongju@mk.co.kr) 2023. 4. 1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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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회 장애인의 날
서울 공중화장실 3곳 중 2곳
장애인용 변기조차 설치안돼
휠체어 타고 이용하기 힘들고
시설파손에 창고처럼 사용도
장애인 편의시설 기준 필요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지체장애인 A씨(27)는 외출할 때마다 약속 장소 주변에 장애인용 화장실이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습관이 있다. 급하게 화장실을 써야 하는데, 장애인용 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은 곳이 많아 난감한 상황에 처했던 게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A씨는 "장애인 화장실은 시설이 파손되거나 지저분해 이용하기 어려울 때도 있어 항상 외출 장소 주변 여러 곳을 미리 살펴둬야 한다"고 불편을 토로했다.

서울시내 공중화장실 3곳 중 2곳에는 장애인용 변기조차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중화장실에서마저 공간·예산 같은 이유로 장애인 소외가 방치돼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매일경제가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서울시의 공중화장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말 기준 전체 서울시내 공중화장실 4454곳 중 장애인용 대변기가 1곳이라도 설치된 곳은 1582곳(35.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용 대변기는 1464곳(32.9%)에, 여성용은 1472곳에 각각 1722개, 1654개 설치돼 있다. 장애인 시설이 아예 설치돼 있지 않은 곳이 2872곳(64.5%)에 달했다. 장애인이나 목발을 짚는 사람, 노약자 등을 위한 손잡이 달린 남성용 소변기는 전체 중 단 671곳에만 설치돼 있었고 대수도 총 773개에 불과했다.

서울시 공중화장실은 지하철역·공원·공공기관 등의 공중화장실부터 주유소나 민간 건물의 개방화장실을 포함한다. 개방화장실은 일정한 규모 이상 시설물의 소유주가 지자체로부터 일정한 지원을 받는 대신 화장실을 공중에 개방하는 화장실이다. 서울시내를 이동하는 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이렇게 개방된 화장실을 찾았을 때 3번 중 2번은 전용 시설이 없다는 뜻이다.

장애인 화장실 문제는 비단 장애인만 겪는 일이 아니다. 재작년 무릎관절 수술을 받아 휠체어를 타고 움직였던 대학생 B씨는 외출 중 급하게 화장실을 이용하려다 진땀을 뺐다. 휠체어를 타고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없었기 때문이다. B씨는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기라 멀쩡한 상가 건물 화장실에 '이용 금지'라고 붙은 곳도 많아 더욱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현행 공중화장실법은 "공중화장실 등에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이 사용할 수 있는 변기를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예산과 공간 부족 등 현실적인 이유로 실제 제재를 가하기는 어렵다. 관련 세부 사항이 장애인 등 편의증진법에 규정돼 있어 적용 규정에도 일부 차이가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화장실이) 일정 면적 이하이거나 규정이 세워지기 이전에 지어진 건물들의 경우 장애인 시설이 일부 없을 수 있다"며 "새로 준공한다면 기준을 따라야겠지만 건물주들에게 당장 (건물 개보수 등) 비용을 감당하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장애인 사이에서는 점진적으로나마 관련 제도를 강화하고 현실의 불편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 관계자는 "예전에 비하면 화장실에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가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며 "관련 규정이라도 강하게 하고, 일부 비용은 감수하고라도 장애인을 위한 설비를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 화장실 마련 기준이 건물당 1개뿐인 경우 사무실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은 근무하는 층에서 휠체어를 끌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매번 1층까지 내려오는 사례가 다반사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장애인 화장실을 청소도구함처럼 이용해 대걸레, 물통을 쌓아두거나 사람이 붐빌 경우 비장애인들이 사용하느라 장애인들이 한참 기다리는 때도 있다"며 시민들의 인식 개선을 당부하기도 했다.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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