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철칼럼] 尹정부 '용산 이전' 초심 새길 때다
소통·설득보다 의욕이 앞서
정책 혼선과 서툰 대응 남발
더 낮은 자세로 위기 극복을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졌다. 내년 4월 총선 여론조사에서도 '정권 견제론'이 '야당 견제론'보다 높다. 윤석열 정부는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정권 지지율이 민심의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무시할 수만도 없다.
윤 정부가 기치로 내건 국정 방향과 목표는 대체로 옳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확립, 법치와 정의 실현, 친노조·반기업 탈피, 탈원전 폐기 등은 국가 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다. 노동·연금·교육 개혁도 인기가 없지만 정권이 명운을 걸어야 할 숙제다. 하지만 이런 청사진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민심은 싸늘하다.
윤 정부의 지지율 하락은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더불어민주당 탓이 크다. 민주당은 자극적인 반일 선동은 물론 수적 우위를 앞세워 쌀의무매입법, 불법파업조장법, 공영방송장악법 등 사회 갈등을 부추기는 법안들을 밀어붙이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유도해 '독선' 이미지를 덧씌우는 데 여념이 없다. 미국 법학자 수전 허먼이 "다수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헌법의 기본원칙에 위배되면 무효"라고 했지만 민주당은 반헌법적 폭주를 멈추지 않을 태세다.
하지만 민심이 멀어지는 데는 윤 정부의 책임도 크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국정 현안에 대해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소통 프로세스'가 없다는 것이다. 소통과 설득보다 성과를 내기 위한 의욕이 앞서면서 일방통행식 정책과 설익은 메시지가 나오는 경우가 잦다. 주52시간 개편, 강제징용 '제3자 변제', 미국 도감청 논란 등이 그렇다. '제3자 변제'는 과거 족쇄를 풀고 미래로 나가기 위한 대통령의 결단이다. 하지만 이 해법이 공감을 얻으려면 전임 정부의 무책임한 반일몰이 폐해와 사법부 판결의 오류, 한일 관계 정상화 필요성 등을 국민에게 알리고 피해자들의 이해도 구해야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세심한 공론화 과정 없이 해법만 내놓다 보니 '굴욕외교'로 매도당하는 상황이다.
근로시간 개편도 경직된 노동시장을 탄력적으로 바꿔 생산 현장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것이 본래 취지다. 그런데도 정부가 노동계와 야당의 '주69시간' 선동 프레임에 미숙하게 대응하면서 마치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는 악법으로 둔갑한 상태다. 일할 시간이 적어 돈을 더 벌려고 투잡을 뛰는 근로자만 55만여 명이다. 정부가 이들의 고충과 일손이 부족해 쩔쩔매는 기업들 애환을 청년노조 등에 제대로 알렸다면 반대 여론이 이처럼 들끓진 않았을 것이다.
미국의 도감청 논란도 비슷하다. 국민 정서를 헤아렸다면 미국에 사과와 재발 방지 요구를 하는 게 당연한 책무였다. 그런데도 한미정상회담에 얽매여 감청이 아닌 것처럼 얼버무리다 망신을 산 것은 낯 부끄러운 일이다.
19세기 빅토리아 여왕 시대 영국 보수당을 이끈 벤저민 디즈레일리는 '다수 국민'을 포용하기 위해 수정궁에서 3시간 30분씩 연설하면서 대중심리를 파고들었다. 윤 대통령 또한 국민과의 격의 없는 소통을 위해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거부하고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겼다. 하지만 현재 윤 정부의 모습은 '국민 곁으로 다가가겠다'는 초심을 잊은 듯하다.
윤 정부가 국정 동력을 회복하려면 무엇보다 낮은 자세로 여론을 경청하고 민심을 보듬는 노력이 필요하다. 독일의 철혈 재상 오토 비스마르크는 "신이 역사 속을 지나갈 때 그 옷자락을 놓치지 않고 잡아채는 것이 정치가의 임무다"고 했다. 윤 정부의 집권 2년 차는 국론 결집과 경제 번영을 위한 미래로 나가느냐를 가르는 분수령이다. 윤 대통령이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과감한 소통과 변혁의 리더십으로 국가 미래와 희망의 불씨를 되살리길 바란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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