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넷플릭스 시작의 끝
넷플릭스가 영화 DVD를 우편으로 대여하는 서비스를 9월 29일 접기로 했다. 지금은 넷플릭스가 온라인 동영상 업체지만 원래는 DVD 대여업을 하겠다며 1998년에 창업한 회사다. 그동안 우편으로 배송한 DVD만 50억장이 넘는다. 그 서비스를 접는다고 하니, 넷플릭스의 시작이 됐던 사업이 끝나는 셈이다.
넷플릭스를 공동 창업한 리드 헤이스팅스와 마크 랜돌프는 원래 카풀을 하던 사이였다. 랜돌프는 출근 때마다 헤이스팅스에게 온갖 사업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맞춤형 서핑보드를 비롯해 개밥, 샴푸, 야구배트를 팔자고 했다. 그때마다 헤이스팅스는 퇴짜를 놓았다. 그러던 어느 날, 랜돌프가 영화 비디오테이프 사업을 하자고 했을 때였다. 헤이스팅스는 생각에 잠기더니 눈을 치켜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비디오테이프는 우편 봉투에 넣기에는 너무 컸다. 랜돌프는 대안으로 DVD를 떠올렸다. 두 사람은 DVD와 크기가 비슷한 CD를 들고 우체국으로 갔다. 우편으로 헤이스팅스 집에 보냈다. 손상 없이 집에 도착한 것을 확인하고는 넷플릭스를 창업한다. 랜돌프는 당시 경험을 떠올리며 "형편없는 아이디어 1000가지를 생각하다가 좋은 창업 아이디어 하나를 얻는 법"이라고 했다. 넷플릭스가 그런 예다.
그러나 좋은 창업 아이디어라고 해도 곧바로 성공하지는 못한다. 랜돌프는 "아이디어를 계속 테스트하고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고 했다. 넷플릭스도 창업을 해보니 매출이 DVD 대여가 아니라 판매에서 나왔다. 이래서는 망할 게 분명했다. DVD도 팔고 있던 공룡 아마존을 이긴다는 건 불가능했다. 두 사람은 원래 계획대로 DVD 대여에 집중한다. 온갖 아이디어를 테스트하는 시행착오를 거쳤다. 그래서 나온 게 DVD 구독 서비스였다. 대박이 났다.
하지만 이제 영화 DVD의 시대는 끝났다. 영화를 인터넷으로 보는 세상이다. 넷플릭스는 그 변화에도 적응했다. 영화와 드라마를 온라인으로 공급하는 세계 최대 회사가 됐다. 과거에 성공한 아이디어에 집착하면 망한다.
[김인수 논설위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키 150cm 왜소증인 이 남성…성매매 업소에 11개월이나 머문 사연 [사색(史色)] - 매일경제
- “미모女 옷 벗겨 특정부위 잘보이게 석고상 떴다”…JMS ‘엽기성착취’ 충격 - 매일경제
- “수도권 30평 아파트가 이 가격이라니”...148가구 풀린 이곳 - 매일경제
- “비싸도 사요”...‘3대 이모님’ 모셔가는 요즘 신혼부부들 - 매일경제
- [주식 초고수들은 지금] ‘양극재 투톱’에 순매수 집중…POSCO홀딩스는 판다 - 매일경제
- “일본보다 2배 인기”…한국 관광객 몰리는 해외 여행지는? - 매일경제
- 중견기업 평균연봉 5920만원...1위는 1억2700만원 이 기업 - 매일경제
- [단독] 2차전지 장비 대보마그네틱, 경영권 매각 철회 - 매일경제
- “안동댐서 성범죄”...대선때 이재명 관련 허위 사실 공표한 유튜버 벌금형 - 매일경제
- 황희찬 울버햄튼 TOP2 득점 가능…지역신문 극찬 [EPL]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