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 부자 김병주 회장, 한국인 최고 부자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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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사모펀드의 대부'로 꼽히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가 선정한 '2023년 한국 최고 자산가'에 이름을 올렸다.
김 회장은 세계 5대 사모펀드(PEF)로 꼽히는 MBK파트너스의 창업자다.
포브스는 김 회장을 '한국 최고 자산가'로 꼽았지만, 그는 미국 시민권자다.
미국에 삶의 터전을 두고 있다는 김 회장 말을 받아들인다면, 포브스 선정 한국 최고 부자는 여전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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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가 17일(현지시간) 발표한 내용을 보면, 올해 김 회장의 자산은 97억 달러(약 12조8000억 원)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80억 달러)을 넘어섰다. 전년 대비 김 회장의 자산은 20억 달러 늘었고 이 회장의 자산은 12억 달러 줄었다. 3위는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57억 달러)이다. 지난해 1~3위는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이 회장, 김 회장이었다.
1963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김 회장은 미국 하버포드칼리지를 졸업했다. 1986년 미국 골드만삭스에 입사했고 1997년 살로몬스미스바니의 아시아 최고운영책임자가 됐다. 그로부터 2년 뒤 칼라일그룹으로 옮기며 PEF 업계에 발을 들였다. 2000년 칼라일에서 4470억 원 규모의 한미은행 인수 거래를 성사시켜 국내에 존재감을 알렸다.
아시아권 금융 전문지 '파이낸스아시아'는 2001년 김 회장을 인터뷰해 한미은행 인수 과정을 커버스토리로 다룬 바 있다. 이 기사를 발췌 요약한 '신동아' 2005년 4월호 제하 기사 '칼라일 김병주 전 회장이 털어놓은 한미은행 인수 로비 막전막후'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칼라일의 한미은행 인수에 성공한 김 회장은 칼라일 아시아 회장으로 승진했다. 칼라일 창업자인 데이비드 루벤스타인의 분석은 정확했다. 김병주 회장이 가진 '독특한' 기술과 결단력이 없었다면 이번 거래는 아마 성사되지 않았으리라는 것이다."
2005년 김 회장은 칼라일을 나와 MBK파트너스를 창업했다. 이후 오렌지라이프, 코웨이, ING생명, 홈플러스, 두산공작기계, 롯데카드, 대성산업가스 등의 인수합병을 성사시켰다. 최근에는 치과용 임플란트 제조업체인 오스템임플란트를 인수했다. 한국과 중국, 일본 개국 64개 기업에 투자했다. MBK파트너스의 자산 운용 규모는 260억 달러(약 34조4400억 원) 수준이다. 블랙스톤과 칼라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세계 5대 사모펀드와 비슷한 규모다.
김 회장은 매년 3월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외 200여 개 기관투자자에게 '연례 서한'(annual letter)을 보낸다. 아시아, 그중에서도 동북아권의 인수합병 시장을 전망해볼 수 있는 가늠자로 꼽힌다. 올해 연례서한에서 김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를 두고 '셧다운' 장세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시장 상황 악화로 어려움은 있었으나 29억 달러의 투자를 완료했다고 강조했다.
2020년 김 회장은 소설 'Offerings(제물)'를 출간했다. 미국서 자라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나온 뒤 미국 월스트리트 투자은행에 입사한 '대준'이 주인공이다. 대준은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모국인 한국에 돌아와 외평채 발행 작업을 한다. 김 회장이 자신을 빼닮은 주인공을 앞세운 자전소설이다. 영문학을 전공한 김 회장의 자의식이 곳곳에 스며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구설도 있다. 포브스는 김 회장을 '한국 최고 자산가'로 꼽았지만, 그는 미국 시민권자다.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김 회장이 MBK파트너스로부터 받은 급여에 대한 과세 논란이 뒤따른다. 김 회장 쪽은 미국에 세금을 내고 있다고 반박한다. 국내에서 세금을 내면 이중과세에 해당한다는 얘기다. 미국에 삶의 터전을 두고 있다는 김 회장 말을 받아들인다면, 포브스 선정 한국 최고 부자는 여전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된다.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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