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 복지·장애인 고용 한번에 잡았죠
청각장애로 어려움 겪다
지난해 5월 간신히 취업
직원 대상 네일아트 서비스
한달치 예약 꽉찰만큼 성황
현대백화점 판교점 11층 한편의 네일숍은 오후 1시가 가장 북적거린다. 이 시간에는 백화점 직원과 협력사원 직원들이 삼삼오오 미리 예약한 네일 서비스를 받기 위해 줄을 선다. 회사 복지 차원에서 마련한 네일숍은 한 달치 예약이 가득 차 있을 정도로 직원들이 가장 아끼는 곳으로 꼽힌다.
다만 여느 네일숍과는 달리 네일아티스트와 직원 앞에 종이와 펜이 놓여 있다. 이곳에서 지난해 5월부터 근무 중인 네일아티스트 김소희 씨(26·사진)가 청각장애를 갖고 있어서다. 김씨는 "네일아트를 받으러 오는 직원들이 청각장애인을 처음 만나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럴수록 먼저 웃으며 인사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위해 이것저것 물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든다"고 말했다. 나중에는 음료수나 간식을 챙겨 받을 정도로 친해진다고 했다.
기억도 없는 두 살 무렵 갑작스럽게 열이 펄펄 끓은 뒤 김씨는 청신경에 손상을 입었다. 중증 2급 판정을 받았는데, 보청기를 착용해도 아주 작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정도다. 주로 입 모양을 통해서 무슨 말을 하는지 간단히 읽어낸다. 장애를 견뎌내며 학업은 마쳤지만, 취업 문턱에서 넘어졌다. 서류전형 단계에서부터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였다. 수많은 경력을 차곡차곡 쌓아도 서류전형을 통과하기 어려웠고, 통과해도 대면 면접을 넘을 수 없었다. 면접이 진행되더라도 형식적이거나 필담 도구 등 최소한의 면접 환경도 준비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김씨는 "청각장애인 면접은 말을 타자로 쳐서 보여줄 노트북으로 소통하거나, 수화통역사를 동원하거나, 필담으로 진행된다"며 "생각 이상으로 장애인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니 면접관들이 쉽게 포기한다"고 소회했다. 어렵게 입사에 성공해도 장애인 고용률을 맞추기 위해 사람만 뽑아둔 경우도 허다했다. 김씨는 "취직은 했는데 네일아트를 하러 오는 사람이 없어 무기력함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예전 회사에서는 근무 중 어려운 부분을 조심스레 전달해도 피드백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어쩔 수 없다' '알아서 해라'는 답변을 가장 많이 들었다. 청각장애인인 걸 알면서도 문자를 보내는 게 귀찮다고 전화를 거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했다.
현대백화점에서는 비로소 네일아티스트로 인정받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김씨는 "회사에서 세심하게 나를 배려해준다. 이전 근무지와는 다르게 온라인 예약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스케줄 관리도 용이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패션과 트렌드 감각이 뛰어난 직원이 많아 네일 서비스 수요도 높다"며 "직원들이 좋아해주니 업무 능률이 올라 함께 성장하는 느낌을 받는다. 회사에서 한 명의 근로자로 똑같이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이 정말로 보람차다"고 밝혔다.
본인처럼 일하는 즐거움을 느끼는 장애인이 많아졌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김씨는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해서는 직무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직원들이 장애인을 동료로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도 중요하다"며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주저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용감하게 도전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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