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명 사망’ 中 병원 화재도 검열됐나… 댓글·검색어 다 없어졌다

정채빈 기자 2023. 4. 19.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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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현장에서 사람들이 에어컨 실외기에 매달려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홍콩 명보

중국 베이징의 한 병원에서 불이 나 지금까지 사망자 29명이 발생한 가운데, 온라인상에서 화재 당시 모습이 담긴 영상과 사진이 대부분 사라졌다.

19일(현지 시각)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전날 밤부터 웨이보 등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베이징 병원 화재와 관련된 영상과 사진들을 볼 수 없게 됐다.

앞서 현지 소방당국은 전날 낮 12시 57분쯤 베이징 펑타이구의 한 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불은 오후 1시 33분쯤 꺼졌고, 구조대는 현장에서 환자와 의료진 등 142명을 대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화재로 19일 오전 9시 기준 29명이 숨졌다.

화재 발생 직후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에는 불길과 함께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현장 영상이 올라왔다. 또 건물 외벽 에어컨 실외기를 끌어안고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포착한 사진과 영상이 확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곧 비공개 처리되기 시작했다. 사진과 영상뿐만 아니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와 화재 관련 댓글 등도 사라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네테즌들은 “웨이보에서 갑자기 화재 소식이 없어졌다”, “화재가 걱정되는데 소식을 알 길이 없다”, “웨이보도 이제 끝났다” 등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화재 영상이 사라진 것과 관련해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장이 게시한 글도 지워졌다. 후 전 편집장은 전날 밤 웨이보에 “화재에 대한 사진과 영상을 찾을 수 없는데, 나는 이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당국이 영상 자료를 포함해 제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 하지만 이 글은 사라지고 “사고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정보가 공개될 것으로 믿는다”는 내용의 다른 글로 바뀌었다.

현지에서는 이번 화재와 관련해 당국의 늑장 발표가 문제 되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화재 당일 신고 시간이 한참 지난 오후 8시 57분이 돼서야 당국의 발표가 나왔다. 이에 대해 명보는 “베이징 한 병원에서 불이 나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당국은 화재 발생 8시간 뒤에야 100자 정도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보이스오브아메리카(VOA)는 “글로벌타임스, 인민일보, CCTV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은 오후 9시쯤에야 당국의 보도자료 내용을 보도했고, 그 외에 다른 정보는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정보 차단은 해당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의 가족들에게 영향을 미쳤다”며 “소셜미디어를 보지 않은 일부 환자 가족들은 화재 당일 밤에야 뉴스를 보고 화재 사실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베이징 소방당국 관계자는 “1차 조사 결과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불티가 가연성 물질에 튀면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공안국은 병원 원장과 공사 관계자 등 12명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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