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 "챗GPT는 큰 쇼크…AI가 대중 접하는 속도 늦춰야"

첫 아동책 '멈출 수 없는 우리' 출간…"역사·과학 기반 세계관 길러주려 해"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챗GPT는 사실 굉장히 큰 쇼크였습니다. 인간이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바로 이야기인데, 인공지능(AI)이 이야기를 복사하는 것을 넘어서 창작할 수 있다면 세상이 어떻게 될까요?"

'사피엔스', '호모데우스' 등을 쓴 세계적인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는 19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멈출 수 없는 우리' 출간 기념 영상 기자간담회에서 챗GPT를 접한 경험을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교수 '멈출 수 없는 우리' 출간 기념 영상 기자간담회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세계적인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교수는 19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멈출 수 없는 우리' 출간 기념 영상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응답하고 있다. 2023.4.19 heeva@yna.co.kr

하라리 교수는 줄곧 AI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규제 필요성을 강조해온 인물이다.

그는 "SNS(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은 원시적인 형태의 AI"라며 "이용자가 플랫폼에 머무는 시간을 길게 만들기 위해서 증오, 분노, 공포를 일으키는 콘텐츠를 배치했고,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사회를 양극화하는 역할을 했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더해 대화형 AI인 챗GPT는 더 위험한 존재라고 봤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증오나 분노 유발밖에 못 했다면 새 AI는 친밀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며 "서로 대화하다 보면 친해지는데, AI는 이러한 친밀한 관계를 어떤 물건을 더 사게 하거나 정치적 관념을 주입하고 개종을 시키는 등 여러 방법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라리 교수는 "AI가 인간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로봇도, 총도 필요 없다"며 "이야기만 만들고, 인간이 이를 믿게 해서 서로를 쏘게 만들면 된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AI가 일반 대중에게 풀려나가는 속도를 늦추는 것"이라며 "어떤 사기업이 AI처럼 이렇게 강력한 도구를 만들었는데 곧장 사회에 풀어버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언급했다.

'멈출 수 없는 우리' [김영사 제공]

이날 기자간담회는 하라리 교수가 처음으로 쓴 어린이용 책 '멈출 수 없는 우리' 출간을 기념해 열렸다.

'멈출 수 없는 우리'는 총 172쪽의 짧은 길이에 8∼12세 독자를 겨냥해 삽화가 많이 들어간 책이지만, 내용은 무겁다.

몸집이 크지도, 강한 힘도 없었던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협동력과 상상력을 무기로 삼아 지구의 지배자가 되었는지를 풀어냈다.

하라리 교수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글을 쓰는 것이 성인 대상으로 쓰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며 "그림이 들어가다 보니 과학적인 조사가 훨씬 많이 이뤄졌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인은 내 책을 읽더라도 종교, 정치, 경제적인 견해를 바꾸기가 너무나 어렵다"며 "대학에 와서 내 책을 읽을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세계관이 형성될 시기에 역사·과학 기반 세계관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려 했다"고 아동서를 펴낸 이유를 밝혔다.

"인류가 생긴 이래 가장 큰 존재론적, 생존의 위기를 맞닥뜨리고 있어요. 한편으로는 환경 측면으로, 또 한편으로는 기술의 발달 때문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류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뭉쳐야 한다고 아이들을 교육하는 데 보탬이 되고자 책을 쓰게 됐습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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