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 "인공지능·기후위기 위협, 인류 하나로 뭉칠 때"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우리 인류에겐 공동의 역사가 있습니다. 공동의 위협이 있는 지금 그 역사를 가지고 협력해야만 인류를 지킬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책도 거기에 보탬이 되고자 썼죠."
최근 '멈출 수 없는 우리'를 출간한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가 19일 한국 기자들과 화상 간담회를 통해 "지금 우리는 인류의 역사 200만년 중 가장 큰 존재론적 위기를 맞았다"면서 "한편으론 인공지능이 다른 한편으론 환경이 우리를 위협하는 지금 인류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하나로 뭉칠 때다. 그리고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고 아이들에게 교육하는 것이 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사에서 출간한 신간 '멈출 수 없는 우리'는 하라리 교수가 직접 쓴 어린이 독자용 '사피엔스'다.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다른 동물과 다름없는 존재였던 인간이 세계의 지배자가 된 과정을 다뤘다. '사피엔스' 출간 후 10년의 세월이 흐른 만큼 그간 달라진 관점과 새로운 연구를 바탕으로 한 내용과 어린이를 위한 삽화도 추가했다. 총 4부작으로 구성된 시리즈는 올해 1권을 시작으로 매년 1권씩 출간될 예정이다.
출판사 측에서는 '어린이 사피엔스'를 제목으로 하려고 했지만 하라리 교수는 기존 제목을 고수했다. 그는 원제목인 '멈출 수 없는 우리(Unstoppable Us)'에 대해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한 가지는 인류의 힘이 이만큼 엄청나서 어떤 동물도 우리를 멈출 수 없다"라며 "또 다른 의미는 조금 어두울 수 있지만 우리는 우리 스스로도 멈출 수 없다는 것이다. 더 많은 돈과 힘을 인류는 항상 원해왔고 만족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라리가 신간이 아닌 어린이를 위해 인류의 역사를 다시 쓴 이유는 "세계관이 형성될 시기에 역사와 과학에 대해 가르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사피엔스'를 읽은 성인 독자를 만나 정치, 종교, 경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그들의 생각을 바꾸는 게 정말 어렵다는 걸 느꼈다"며 "그렇다면 처음부터 어린 독자들에게 접근해 과학과 역사를 기반으로 한 세계관을 기르자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를테면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고정관념은 아직도 여러 나라에 존재합니다. 이건 태어날 때부터 인지하는 게 아니라 어린 시절 정치적 관점과 종교적 신념 등을 통과하며 교육받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어린아이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는가가 중요한 거예요. 어린 나이에 모든 인간이 평등하고 같다고 알려준다면 그들은 그런 인식 속에서 성장할겁니다."
이날 간담회에서 유발 하라리는 최근 논의되는 챗GPT를 비롯한 인공지능(AI) 기술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앞서 비영리 단체 퓨처오브라이프 인스티튜트'가 모든 기업과 연구소에 챗GPT4보다 더 강력한 인공지능 시스템의 학습을 최소 6개월간 중단하자는 성명을 발표할 때 하라리 교수도 이에 동참했다.
하라리 교수는 특히 인공지능이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SF 영화나 소설에서는 인공지능이 로봇과 총을 통해 인류를 지배하려고 하지만 실제는 이야기만 만들 수 있으면 된다. 인간이 군대를 만들고 전쟁을 일으킨 것도 전부 이야기를 만들었기 때문인데 인공지능이 이야기를 만들어 인간이 서로를 쏘게 만들면 그것만으로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의 주장은 "인공지능 개발 속도를 늦추고 안정성을 보장할 과정을 거치자는 것"이다. 하라리는 "어떤 사기업이 새로운 인공지능 툴을 개발해 즉시 사회에 제공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강력한 신약을 개발했을 때 아주 긴 과정을 거쳐 안정성을 검사하는 것처럼 단기, 장기적 영향을 확인하고 대중들에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10년간 SNS와 알고리즘이 끼친 안 좋은 영향을 생각해 보세요. 어떤 이야기도 만들 수 없고 단순히 어떤 콘텐츠를 어떤 사람에게 어떤 순간에 보여줄지만 인공지능이 결정했지만 그 부작용이 어마어마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인공지능은 그보다 더 강력합니다. 이제 이야기를 만들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으니까요."
이 때문에 필요한 것이 교육이다. 하라리는 "인공지능이 교육을 완전히 뒤바꿀 것이다. 더 이상 정보를 가르칠 필요가 없고 오히려 흩어진 정보를 모아 큰 그림을 만들어 낼 수 있게 하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또 다른 교육은 계속 학습하고 변화하는 능력이다. 빠른 기술 발전 속에 인간은 새로운 기술과 직업이 필요할 거고 변화의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역사는 이러한 교육에 도움이 될 겁니다. 역사는 과거에 관한 공부가 아니라 변화에 관한 공부니까요. 아이들이 우리가 어떻게 사바나 초원의 동물에서 지금의 위치에 올랐는지의 과정을 본다면 챗GPT 등 인공지능 기술이 있는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 겁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shin2r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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