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 들끓는 '송영길 책임론'…"연루자 출당" 주장도

오문영 기자, 차현아 기자, 박상곤 기자 2023. 4. 19. 17: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the30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9월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송영길 상임고문의 발언을 듣고 있다./사진=뉴스1

지난 2021년 전당대회에서 불법 정치자금이 오갔다는 의혹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엄중한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송영길 전 대표가 조속히 귀국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당이 자체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거나 의혹 연루자에 대해 자진 탈당·출당 조치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쏟아졌다.

돈을 주고받은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의혹이 확산하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 지도부가 송 전 대표에게 조기 귀국을 요청했음에도, 송 전 대표가 별다른 입장을 내비치지 않고 있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송 전 대표는 그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모르는 사안'이라고 밝혀왔다. 오는 7월 귀국하겠다는 입장에도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떳떳하다면 피할 이유 없다"…'조기 귀국' 촉구 잇달아
19일 민주당 내에서는 송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왔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송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재차 촉구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떳떳하다면 피할 이유도, 미룰 이유도 없다"며 "억울한 누명을 쓴 것이라면 적극적으로 해명해야 할 것이고 작은 잘못이라도 있다면 국민들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은 독재행태를 막기 위해 지치지 않고 싸워왔다"며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떠냐. 최근 돈봉투 사건이 우리의 싸움을 무력하게 만들었고, 민주주의 수호라는 정당성마저 잃게 만들었다"고 했다.

송갑석 민주당 최고위원도 같은 자리에서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에게) 빠른 귀국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의혹으로 당의 도덕성과 정체성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며 "송 전 대표의 무책임한 태도를 지켜보며, 당원과 국민은 당혹감과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다. 전임 대표답게, 상임고문답게 있어야 할 곳은 대한민국 국민 앞이다"라고 말했다.

이병훈 민주당 의원도 이날 본인의 페이스북에 쓴 글을 통해 "본인(송 전 대표) 주변에서 일어난 문제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며 귀국을 미루는 모습은 당혹스럽기까지 하다"며 "5선 국회의원을 하고 당 대표까지 지낸 분이다. 송 전 대표는 하루라도 빨리 귀국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연루자 탈당·자체 조사' 의견도…지도부 입장은
당 지도부가 보다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 나왔다.

민주당 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21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벌어진 송영길 당대표 선거 관련 의혹에 대해 민주당의 일원으로서 송구스러움을 밝힌다"며 "당대표가 조기 귀국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요청했음에도 귀국을 미루며 외국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태도는 부적절한 태도이자 처신"이라고 밝혔다.

더미래는 당 지도부가 가장 강력하고 엄중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들 모임은 송 전 대표가 귀국을 미루고 있다고 주장하며 "본인이 당 대표시절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의원들에 대해 탈당 권고, 출당 조치를 했던 전례에 비추어서도 매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출당 조치를 의미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내 초선의원 모임인 '더민초' 운영위원장인 윤영덕 의원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지난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 관련 의혹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모인 '더민초'도 기자회견을 열고 송 전 대표를 향해 "우리 당의 2021년 전당대회에서 이른바 '돈봉투'가 오갔다는 의혹이 연일 언론을 장식하고 있고, 공개되는 녹취의 내용은 상당히 충격적이고 구체적"이라며 "조속히 귀국해 사건의 실체를 밝혀달라"고 했다.

당 지도부에게 해당 의혹에 대한 자체 진상조사에 나설 것도 요구했다. 더민초는 "수사권이 없는 당 자체의 사실 규명에는 한계가 있더라도 최선을 다해 우리 당 스스로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당을 위해 아픈 마음으로 드리는 충언이다. 부디 이번 위기가 당의 쇄신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차기 원내대표 출마 의사를 밝힌 김두관 민주당 의원도 이날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환부를 도려내고 쇄신해야 한다"며 송 전 대표와 불법 정치자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윤관석·이성만 의원을 탈당 조치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내 자체 조사에 대해서도 "외부 인사가 과반수 포함된 당 조사위를 즉각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당 지도부는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엄중하고 심각하게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추가 행동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박 대변인은 "송 전 대표의 22일 현지 기자회견이 예정돼있으니, 송 전 대표의 발언 내용에 따른 여론 향배가 있지 않겠냐"며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친명계(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도 전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송 전 대표가 도의적인 책임 차원에서 탈당해서 조사받는 게 맞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지금 단계에서는 그런 얘기는 너무 이르다"고 답했다. 정 의원은 "지난번에 부동산 투기 문제와 관련해 자진 탈당을 권유한 사실이 있지만,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드러났던 경우"라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영길 캠프 인사들이 송 전 대표를 당선을 위해 불법 정치자금을 살포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검찰은 송영길 캠프 인사들이 민주당 의원 10여명을 포함한 정·재계 인사 40여명에게 총 9400만원의 자금을 돈 봉투에 넣어 전달했다고 보고 있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