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앞 대만 총통선거, 미국에 대한 의심이 확산되고 있다”

최현준 2023. 4. 1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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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냉전의 최전선, 대만을 가다 - (하) 중국·미국 틈새에 선 대만
왕신셴 대만국립정치대 동아연구소장 인터뷰
지난달 27일 대만 타이베이 국립정치대학에서 왕신셴 국립정치대학 동아연구소 소장이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타이베이/최현준 특파원

“최근 대만에서 미국에 대한 의심이 확산하고 있다. 내년 1월 총통선거 결과에 따라 대만과 미국, 대만과 중국의 관계가 영향을 받을 것이다.”

미-중 전략 경쟁의 최전선에 내몰려 있는 대만인들은 현재 자신들을 둘러싼 안보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네번이나 ‘중국이 침공하면 개입하겠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지만 대만인들의 불안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한겨레>는 지난달 27일 왕신셴 타이베이 국립정치대학 동아연구소 소장과 만나 지난달 공식 출범한 ‘시진핑 3기’의 향후 행보와 대만인들의 안보 인식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내년 총통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과거 대만 선거의 양대 화두는 ‘통일 대 독립’이었다. 이제 ‘전쟁 대 평화’로 바뀌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에 대만인들은 미국과 함께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미국의 지원 때문에 중국이 공격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전쟁 이후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파병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미국에 대한 믿음이 의심으로 바뀌고 있다. 예전 대만 총통선거에선 어느 후보든 미국이 동의하지 않으면 당선될 수 없는 구조였다. 이번엔 미국의 역할이 줄어들 것이다.”

―지난해 11월 지방선거에서는 국민당이 이겼다.

“대만인들은 지방선거와 총통선거를 구분한다. 지방선거는 국내 의제 비중이 크고, 총통선거는 국가 안보에 중점을 둔다. 2018년 지방선거 때 국민당이 대승했지만, 2020년 총통선거에서는 여당 민진당이 이겼다. 2019년 홍콩 송환법 시위 문제가 큰 작용을 했다. 내년 총통선거에서도 국가 안보 문제가 크게 작용할 것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서 대만인들은 어떻게 평화를 유지하고 전쟁을 피할지 고민하고 있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중국의 태도가 부드러워진 것 같다.

“중국 입장에서 올해는 대교류의 해이다. 꼭 대만 때문이 아니라, 내부 문제가 적지 않다. 대외적인 부분에서 부드러운 태도를 취할 것이다. 또 대만 선거가 2020년처럼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만약 2019년 홍콩 사태가 없었다면 차이잉원 총통의 재선이 어려웠을 것이다.”

―선거 결과가 양안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단기적 영향이 있을 것이다. 여당 민진당이 이기면, 새 총통은 차이 총통보다 더 강한 반중 정책을 펼 것이다. (그러면) 중국은 대만을 더 강하게 압박할 것이다. 반대로, 국민당이 승리하면 양안 관계는 이전보다 안정될 것이다. 중국은 국민당의 승리를 대만인들이 중국에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것이다. 하지만 국민당은 중국한테서 통일 문제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라는 압력을 받을 것이다.”

미-중 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대만은 미국이 중국에 대해 가진 ‘2개의 카드’ 모두에 관련돼 있다. 현재 두 나라의 경쟁은 과학·기술(대만 반도체 업체 TSMC)과 지정학적(양안 갈등)인 측면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번 선거가 중요한 것은 대만이 미국 쪽에 계속 완벽하게 서느냐, 아니면 중국과 함께 가느냐를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70여년 동안 대만은 미국에 안보를 의존했고,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과 어떻게 상호작용할 것인지 견해가 다를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없었다면 미국과 함께 가는 것을 선택했을 텐데,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최근 차이 총통은 미국에 갔고, 마잉주 전 총통은 중국에 갔다.

“대만 내부 정치 경쟁 때문이다. 차이 총통은 친미 노선을 걷고 있다. 국민당의 마잉주 전 총통은 이 노선이 특히 2018년 미-중 전략 경쟁이 강화된 이후 과연 대만의 안전에 부합하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국민당은 중국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안전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3월 시진핑 3기가 완성됐다. 중국의 침공 가능성은 커졌나?

“중국은 평화적이든 무력을 쓰든 장기적으로 대만을 통일하려 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양안 문제는 더 이상 중국과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중 관계와 얽힌 국제 문제가 됐고, 매우 복잡해졌다. 과거 중국은 대만 지도자에게 양안 통일의 희망을 걸었지만 지금 대만에서 통일을 지지하는 여론은 10%도 되지 않는다. 사실상 평화통일의 가능성이 사라졌다. 올해 70살인 시진핑은 심리적으로 점점 급해질 수 있다. 마오쩌둥을 앞서려면 더 나은 성과를 내놔야 하기 때문이다.”

시진핑 3기의 중국은 어디로 갈까?

“외부적으로는 미-중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 지난달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의 국무원 총리의 정부 보고에, 미국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안보, 과학·기술 등 모든 부분이 사실상 미국을 겨냥했다. 앞으로 5년 동안 중국은 미국과의 전략 경쟁을 강화할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경제 문제가 시급하다. 경제성장률, 청년 실업, 지방정부 부채, 부동산 문제 등이 있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으면 중국 정부의 사회 통제가 더욱 강화될 것이다. 과거에도 불만이 있었지만 주로 지방정부를 향했다. 지금은 당 중앙, 즉 시 주석을 곧장 향한다. 시 주석으로 권력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중국이 최근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국교 정상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에 나선다.

“시 주석의 장기적인 국제 전략이다. 그는 미국은 분쟁을 만드는 ‘트러블메이커’, 중국은 이를 해결하는 ‘피스메이커’로 보이게 하려 한다. 다만,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에 최선을 다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러시아가 무너지는 것도, 이 전쟁이 빨리 끝나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러시아가 이 전쟁에 갇혀 힘을 잃기를 바란다.”

타이베이/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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