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현의 LG, 봄 농구 한 LG, 희망이 생긴 LG
프로농구 창원 LG는 지난 4년간 암흑기를 보냈다. 정규리그 3위였던 2018~2019시즌을 마지막으로 6강 안에 들지 못했고 바로 다음 시즌 9위로, 그 다음 시즌은 최하위로 추락했다.
조상현 감독을 새로 선임한 올시즌, LG는 출발부터 달랐다. 하강점 없이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한 끝에 정규리그 2위를 차지했다. 지난 시즌 통합 우승을 했던 SK를 마지막 2위 싸움에서도 밀어내는 힘을 보였다.
어렵게 올라간 플레이오프의 무대, LG는 4년 만에 다시 나갔고 9년 만에 4강에 직행한 봄 농구를 1승도 하지 못하고 마감했다. 18일 정규리그 3위 SK와 3차전마저 지며 3전 전패로 물러났다.
1승도 거두지 못했지만 LG에게는 “잘 싸웠다”는 호평이 붙었다. 악조건 속에서 1차전 5점 차, 2차전과 3차전은 단 1점 차로 뒤지는 초접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매경기가 명승부였다.
LG를 정규리그 2위로 이끈 핵심 동력은 외국인 선수 아셈 마레이였다. 리바운드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며 LG의 골밑을 지키는 마레이는 LG의 가장 큰 무기다. 그러나 정규리그 2위를 확정한 마지막 경기에서 마레이가 종아리 부상을 당했다. 플레이오프에는 아예 뛸 수 없게 됐다.
LG는 미국프로농구(NBA) 출신의 스코어러 레지 페리를 급히 영입했다. ‘적응’할 시간도 모자랐다. 페리는 2차전에서는 31득점으로 폭발하며 이름값을 했지만 이관희와 공 배분을 놓고 충돌하는 모습이 노출되기도 했다. 3차전에서는 1쿼터에서 자유투로 1점밖에 넣지 못하고 평정심을 잃으며 U파울을 범하기도 했다. 점수 차가 초반에 크게 벌어진 LG는 아예 2쿼터부터 페리를 제외하고 경기했고 오히려 대추격전을 펼쳐 접전 승부를 벌였다.
LG는 올시즌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층 강해진 수비, 누구든 팀워크에 방해가 되면 바로 제외될 수도 있는 경기 운영 원칙을 중심으로 강해졌다. 조상현 감독의 팀 운영 철학이다. 비시즌 뚜렷한 전력 보강이 없었는데도 정규리그 2위에 올랐고, 플레이오프에서 악조건에도 좋은 승부를 할 수 있었던 동력이다. 사령탑 데뷔 시즌인데도 면밀한 분석과 철저한 준비력으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리그 2위를 놓고도 싸웠고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놓고도 LG와 싸워야 했던 전희철 SK 감독은 “쉽지 않았다”고 했다. 전희철 감독은 “올시즌 조상현, 조동현 감독이 지휘하는 두 팀(LG와 현대모비스)이 가장 껄끄러웠다. 활동량이 많은 팀인데 그 동선을 잡으려면 훈련을 정말 많이 해야 한다. 훈련량이 적고 감독이 지시를 정확하게 하지 못하면 꼬이게 돼 있다”며 “올해 LG는 그 동선이 확실했다”고 말했다. 플레이오프 3경기에 대해서도 “페리가 새로 왔는데 LG는 그 짧은 시간에 수비 형태를 다 바꿨다. 1·2·3차전 전부 수비 형태를 달리 해서 들어오더라. 하루 만에 그렇게 바꾸기는 정말 어렵다”며 “준비를 많이 했다는 뜻이다. 조상현 감독은 준비를 많이 하고 생각을 많이 하는 감독”이라고 말했다.
LG는 1승도 거두지 못한 플레이오프를 통해 오히려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조상현 감독은 “LG 수비가 탄탄해졌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접전에서 많이 무너지던 모습에서 이렇게 20점 차 뒤지던 경기를 따라가고 하는 힘이 생겼다”며 “이제 승부처에서 그런 모습들이 더 나와야 강팀으로 올라갈 수 있다. 다음 시즌에는 더 강한 팀이 되어 돌아오겠다”고 했다. 몇 년 간 기약 없는 기대를 품고 시즌을 마치던 LG는 플레이오프를 통해 더 확실한 희망을 확인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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