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에스더도 감탄한 우울증 치료법 '전기경련치료', 80년 된 치료법

정심교 기자 2023. 4. 19.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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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의 내 몸 읽기
가정의학과 전문의 여에스더 씨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전기경련치료로 우울증이 많이 좋아졌다고 고백했다. /사진=여에스더의 에스더TV 캡처 화면

가정의학과 전문의이자 방송인인 여에스더 씨가 최근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전기경련치료(ECT; Electroconvulsive therapy)를 통해 우울증이 드라마틱하게 좋아졌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해당 영상에서 여에스더는 전기경련치료를 받은 사실을 고백하며 "정말 잘한 것 같다. 치료 전 우울증이 심할 때는 남편이 보기 싫었다. 음식을 과식하는 것도 보기 싫고 화장실에서 물 떨어트리면서 돌아다니는 것도 보기 싫었다. 지금 치료받고 3달이 넘었는데 지금은 남편이 너무 예뻐 보인다"고 밝혔다.

과연 여에스더 씨가 극찬한 '전기경련치료'는 무엇이고 실제 효과는 어떨까.

전기경련치료는 소량의 전기량을 이용해 뇌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전 세계적으로 80여 년 전부터 정신질환 치료에 사용돼왔다. 환자에게 마취유도제·근육이완제를 투여해 마취를 유도한 상태에서 두피에 전극을 붙인 후 전기 자극을 줘 1회에 30~50초간 인위적으로 발작을 일으키게 하는 방식인데, 약물치료와 비교해도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평가받는다.

이 치료법은 우울증, 조현병, 양극성 장애, 조증, 긴장증, 강박증, 섬망, 거식증 등 다양한 정신 관련 질환이 있는 환자, 자살 충동이 있거나 자살 시도, 자해를 해본 사람 등에게 시행했을 때 치료 효과가 높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서은(국민연금공단·근로복지공단 자문의) 교수는 "특히 우울증 중에서도 '난치성 우울증'에 치료 효과가 가장 뛰어나다"며 "조현병 증상이 갑자기 나타난 급성 조현병, 기분장애 증상을 동반한 조현병에도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난치성 우울증은 항우울제를 복용해도 별다른 치료 반응이 없거나, 항우울제 같은 약에 대한 부작용으로 약 자체를 먹기 힘든 환자가 그 대상이다. 조 교수에 따르면 항우울제 같은 약물에 반응하지 않은 환자 그룹의 70%가 전기경련치료에 반응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것의 치료 기전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다. 다만 발작을 유발해 신경전달물질 수용체를 변화시키고, 뇌 속 단백질 합성이나 세포막 투과도에 영향을 줄 것이란 이론이 설득력을 갖는다. 한마디로,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의 변화로 정신과적 증상이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전기경련치료를 1주일에 2~3회씩 총 8~12회(1세트) 시행하면 치료 전보다 증상이 평균 50~70% 사라지는 것으로 보고된다"며 "다만 이 효과는 일시적일 수 있어 환자 상태에 따라 4~6개월마다 시행하는 '유지 치료'가 권장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경련치료는 약물치료와 비교해도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2015년 미국정신의학회는 "근거 기반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모든 치료엔 부작용 위험이 뒤따르는 법. 전기경련치료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단기 기억 상실'이다. 예컨대 치료 후 자신의 이름·전화번호나 오늘 날짜, 올해 연도가 떠오르지 않는 식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기억 상실이 찾아와도 치료 후 보통 1~4주 이내 기억력이 원래대로 회복한다.

치료 과정에서 생긴 발작이 길어져 중첩성 뇌전증이 나타날 위험도 있다. 이럴 땐 신경안정제를 빠르게 정맥에 주사해야 한다. 또 후두가 연축(목젖 조임근이 수축해 일어나는 경련)되면서 무호흡 상태가 길어질 수 있는데 의료진의 대처가 중요하다. 환자가 발작하는 동안 몸을 심하게 떨면서 근육통이 나타날 수 있으며, 아주 드물게는 발작으로 몸을 심하게 움직이면서 척추 골절, 압박 골절이 발생하기도 한다. 두통, 구토, 속 불편감도 동반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은 극히 일부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환자의 60% 이상은 이 치료에 대해 '만족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빠르면 1~3회 만에 치료 효과가 나타나며, 평균 3주 이내에 효과를 발휘한다. 통계에 따르면 10만 명당 전기경련치료를 받아본 사람은 전 세계 평균 22명(2012년 기준), 미국은 51명(1997년 기준)에 달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선 0.92명(2018년 기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 교수는 "아직 우리나라에선 이 치료법이 잘 알려지지 않아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시도하지 않지만, 난치성 정신질환에 대한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이라며 "이 치료법과 약물 치료를 병행하면 치료 효과를 끌어올릴 수 있으므로 정신질환 치료를 앞두고 있거나 치료 중이라면 주치의와 상의해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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