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만 10만명 부족"···비자 문턱 낮춰 '인재 모시기'

김태영 기자 2023. 4. 1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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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첨단산업 인재유치 사활
美 '반도체인재 육성행사' 개최
업계 관계자 "인력 공급 시급"
대만은 해외대학 졸업자 우대
英 '고도인재 비자' 도입 예정
이민법 개정···숙련노동자 수혜
사진 설명
[서울경제]

각국이 반도체를 비롯한 각 분야의 첨단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앞다퉈 이민정책을 완화하고 나섰다. 자국 내 제조업을 육성하기 위한 투자 확대와 기술 발전의 영향으로 필요 인력이 늘어나는 반면 실제로 배출되는 국내 인재는 부족한 탓에 국경 밖으로 시선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과거에는 초점이 첨단 인재에만 맞춰졌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분야의 숙련 인재로 범위가 확대됐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고령화로 인한 노동인구 부족 문제를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는 반도체 관련 단체와 퍼듀대가 공동 개최한 반도체 인재 육성 행사가 100여 명의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토머스 손더먼 스카이워터테크놀로지 최고경영자(CEO), 마니시 바티아 마이크론 수석부사장 등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관련 인재 공급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연단에 오른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도 “우리는 반도체 인재 문제에 대해 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며 새로운 인재 육성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반도체 정책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러몬도 장관까지 나서 인재 확보의 중요성을 거론한 배경에는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반도체 인재 부족 현상’이 있다. 러몬도 장관이 “미국의 반도체 인력은 향후 수년 동안 (연간) 10만 명씩 모자랄 것”이라고 경고했고 딜로이트는 2030년에 전 세계의 반도체 인력 부족 규모가 10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유럽에서 반도체 생산 거점을 자국으로 옮기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교육기관의 인재 배출 속도는 이를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인텔·글로벌파운드리스 등의 반도체 기업은 지난해 8월 반도체지원법 통과 직후 미 의회에 ‘이공계 석·박사 학위 소유자에 한해 국가별 상한 규정 없이 그린카드(영주권)를 발급해줘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반도체 외의 첨단 분야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포브스에 따르면 미국 대학이 2020년에 배출한 정보기술(IT) 관련 전공 졸업생은 9만 7000명으로 지난해 미국에서 생겨난 신규 IT 일자리(17만 8000개)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이미 각국은 앞다퉈 이민정책을 완화하며 반도체·IT를 비롯한 각 분야의 숙련 인재 쟁탈전에 돌입한 모양새다. 대만은 2021년 세계 500위권 대학 졸업자의 경우 2년 업무 경력이라는 필수 조건이 없어도 비자를 내줄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했다. 최근에는 세계 500위권 대학 졸업자가 대만 반도체 기업의 면접을 통과할 경우 취업비자를 발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은 지난해 5월부터 세계 50위권 대학 졸업생에게 2~3년간 자유롭게 구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고도인재비자(HPI)제도를 도입했다. 독일은 숙련 노동자의 경우 기존의 8년이 아니라 5년만 거주해도 시민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이민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핀란드도 첨단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한 이민정책을 최근 도입했으며 호주 역시 숙련 인재 유치에 초점을 맞춰 이민정책을 대대적으로 개편할 예정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FT는 “과학자, 컴퓨터 엔지니어, 기업가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은 항상 있었지만 이제 각국은 제조업에서 간호 분야까지 다양한 기술을 가진 숙련 노동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선진국들에서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동 가능 인구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는 것이 핵심 이유로 꼽힌다. 일례로 미국의 경우 노동 가능 인구가 2000~2005년에는 1190만 명이나 늘었지만 2017~2022년에는 170만 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다만 일각에서는 경기 침체 본격화로 내국인 고용이 어려워질 경우 외국인 인재에 호의적인 이민정책이 대중의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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