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빛나라의 법률칼럼] 전세 사기 당했다면?- (3)공인중개사의 손해배상책임

전세 사기를 당했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지난 번 (2)임대차보증금반환소송편에 이어 3편을 연재한다.

임차인이 임대인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한 경우에는 임대인의 재정상태가 매우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임대인이 재산이 없으면 임대인을 상대로 임대차보증금반환소송을 해서 승소판결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임대차보증금을 제대로 회수할 수 없게 된다. 임차권이 대항력이 있다면 경매주택의 낙찰인에게 대항할 수 있겠지만, 대항력 있는 임차권보다 선순위 저당권 등이 있었다는 등 사유로 임차인이 낙찰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면 임차인은 눈앞이 캄캄할 수밖에 없다.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에 공인중개사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공인중개사도 영세해 배상 자력이 없을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공인중개사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면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공제금을 청구할 수 있다. 손해배상책임을 보장하기 위해서 법인인 개업공인중개사는 4억원 이상, 법인이 아닌 개업공인중개사는 2억원 이상 공제에 가입해야 한다. 그러므로 피해자는 공인중개사뿐만 아니라 공인중개사가 공제에 가입한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보상한도 내에서 공인중개사의 손해배상금에 상당한 공제금을 청구할 수 있다.

오빛나라 대표변호사/사진제공=오빛나라법률사무소

그렇다면, 언제 공인중개사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것일까? 전세사기 범죄자와 공모하고 임차인을 속여서 부동산을 중개한 공인중개사는 중개행위에 고의의 불법행위가 있기 때문에 당연히 손해배상책임이 있다. 그렇지만 임차인이 임대인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였다고 해서 무조건 공인중개사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공인중개사법에 의하면 개업공인중개사는 중개행위를 하는 경우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거래당사자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공인중개사의 중개행위에 고의 또는 과실이 없다면 공인중개사에게는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 공인중개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공인중개사의 중개행위에 고의 또는 과실이 있는지 여부이다. 특히, 공인중개사가 중개대상물에 관하여 중개의뢰인에게 확인, 설명 의무를 다했는지와 관련해 분쟁이 자주 발생한다.

공인중개사의 중개행위에 과실이 인정되어 공인중개사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더라도 피해자에게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피해자 과실만큼 과실상계가 되어 손해배상금액이 조정된다.

공인중개사가 다가구주택의 임대차계약을 중개하면서 중개대상 건물에 존재하는 다른 임차인의 임대차계약 내역에 관해 설명하지 않고 근거자료를 제시하지 않고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도 이를 전혀 기재하지 않는 것이 대표적으로 공인중개사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사례다. 다가구주택 중개의 경우에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공인중개사의 과실 비율과 피해자의 과실 비율이 달라지게 된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가 연이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임차인은 전세사기가 현실화되면 대출상환 압박, 임대차주택 경매와 같이 연이어 발생하는 사태들을 수습해야 하고, 경락대금이 임대차보증금에 미치지 못하면 결국 임차인이 임대차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게 되는 등 막대한 손실을 입는다. 이러한 막중한 피해가 사회 초년생 청년에게는 견딜 수 없이 버거웠을 것이다. 전세사기 피해를 피해자가 오롯이 떠안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전세사기 피해는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라는 전세사기 피해자 단체의 외침이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다. /글 오빛나라 대표변호사(오빛나라 법률사무소)

김재련 기자 chic@mt.co.kr